프랑스·스위스 등서 수만명 모여…뉴욕 '러시안 티룸' 식당까지 곤혹
주말 동안 유럽과 미국, 남미,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가 이어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내무부 추산 약 4만여명이 프랑스 전역 119곳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수도 파리에서만 시민 1만6천명이 바스티유 광장에 모였다.
시위에 참여한 한 프랑스계 우크라이나인 나탈리야는 어깨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고통스럽지만 우린 분명히 승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위 주최 측의 한 곳인 '스탠드위드우크라이나' 회원인 알리네 르 바일-크레이머는 "우린 푸틴 대통령이 탱크를 철수할 때까지 매주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도 시민이 모여 러시아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금 평화를', '전쟁을 멈춰라'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스위스 ATS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 주최 측은 시민 약 4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런던에서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우크라이나 출신 올레나 마르시니우크는 "우린 계속해서 모든 이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우린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와 러시아 침공 중단을 촉구하는 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연설 단상에 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영공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촉구했다. 이 요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확전을 이유로 거부했고 미 의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서도 시민 수백명이 모여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지원을 하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 열기는 남미 칠레 수도 산티아고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도 뜨거웠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반전 시위를 벌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와 캐나다, 크로아티아, 호주 등을 비롯해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인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러시아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러시아 당국은 시위대 8천명 이상을 체포하며 반전 여론을 억압하고 있다.
이런 반러 여론 여파로 러시아를 연상시키는 사업장까지 불똥이 튀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 '러시안 티룸'은 원래 현지인과 관광객의 방문으로 붐비는 뉴욕 인기 식당이지만 지난 3일 점심에는 거의 텅 빈 상태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러시안 티룸의 소유주는 뉴욕의 한 금융 그룹으로 러시아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1927년 러시아 발레단 출신이 문을 열었지만, 그 이후에는 미국인으로 잇따라 소유주가 바뀌었다.
그러나 러시아를 연상하는 이름 탓에 곤욕을 겪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오해를 받자 이 식당은 홈페이지에 우크라이나와 연대할 것을 선언하며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반면 뉴욕시 맨해튼 이스트사이드에서는 우크라이나 식당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통 식당인 베셀카는 한 주 새 방문객이 75%가량 늘었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모이는 집결지가 됐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