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반등에도 불안 장세 여전, 인내심 가져야
90년 걸프전 등 전쟁 후 반등한 경우 많아
LA에 사는 한인 김모씨는 요즘 매일 아침이 괴롭다. 잠에서 깨어 새벽 6시 반에 개장한 증권시장을 확인할 때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경신하고 있는 주식 때문이다.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문제로 부진했던 증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김씨는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야 할지 커지는 고민에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갈등 격화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혼돈으로 치달으면서 한인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자산을 매도하자니 투자한 돈이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가치가 더 떨어질까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전쟁·테러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증시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며 ‘패닉 셀링’보다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등에도 투자자들 여전히 불안
2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92.07포인트(0.28%) 오른 3만 3,223.83에 장을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거래일인 이날 소폭 상승 마감한 것이다. S&P500 지수도 63.20포인트(1.5%) 상승한 4.288.70에 장을 마쳤고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36.10포인트(3.34%) 오른 13,473.58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시장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실제 이날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지수 기준 증시는 연초 대비 무려 14.9%가 폭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되면서 지난 10일 이후 10거래일 중 8거래일 동안 증시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날 하루의 반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9·11도 한 달만 회복…우크라는?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온 충격을 다르게 해석한다. 역사상 시장에 공포를 안겼던 지정학적 위기는 곧 극복됐고 돌이켜보면 당시 급락장세가 추가 매수의 기회였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네드데이비스리서치에 따르면 과거 28번의 지정학적 위기 중 19번은 증시 지수가 단기 급락하더라도 6개월 안에 원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걸프전의 경우 1990년 8월 발발 이후 S&P500 지수가 단기간 20% 하락했지만 6개월 만에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에는 단기 급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충격 이후 회복세가 빨라져 9·11 테러의 경우 당일 하루에만 S&P500 지수가 11.6% 급락했지만 이후 31거래일 만에 모두 회복하고 이후에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문사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시장분석가는 “단기 급락은 있었지만 결국 시장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늘의 뉴스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 매수’ 타이밍 다가오나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금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저점일 수 있다며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에버코어아이에스아이의 마크 맥헨지 분석가는 “향후 1년 정도 주식을 보유할 생각이라면 지금 주요 종목들을 가리지 않고 사기 시작하는게 합리적 선택이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갈등과 관련해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대응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확실시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실제 발발한 만큼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인프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이 햇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으면서 연준이 비둘기파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