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달러 인덱스 하락세
LA에서 활동하는 한인 투자자 김 모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생활비 겸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연초에 원화를 대거 달러로 바꿨는데 오히려 달러 가치가 하락해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남은 원화를 언제 환전할지를 두고 선택을 못하고 있는 김 씨는 “3월에 연준이 금리를 올릴 예정인데 왜 달러 가치가 도리어 하락한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장에서 확실시 되는 3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음에도 달러화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전망되면 달러에 대한 이자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인데 정반대로 달러화 약세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일 1,199.8원에 마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에 8.7원 상승 마감했지만 지난달 28일 기록한 전 고점 1,207.4원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연초인 1월 7일에도 환율이 1,201.5원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환율은 지속 상승이 아니라 소폭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글로벌 통화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5일 미국 외환시장에서 95.98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첫 날 기록한 96.24 대비 소폭 낮아진 것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97.44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당시부터 시장에서 3월 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존 0.25% 포인트가 아닌 0.5% 포인트 상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음을 고려하면 달러화 가치가 시장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 긴축 흐름에도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달러화 자체에 대한 이자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미국 경제가 부진하면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환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카디언자산관리의 클립톤 힐 포트폴리오매니저는 “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달러에 대한 낙관론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시장은 이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격차는 2020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단기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시장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