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아보카도 농가 등에 횡포…미 검수관까지 협박받아
미국이 멕시코에서 생산된 아보카도의 수입을 돌연 일시 중단했다. 현지 파견 미 당국 검수관이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다.
멕시코 농업부는 지난 12일 미국 농무부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멕시코 미초아칸주에서 생산된 아보카도의 검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업부는 미초아칸주 우루아판에서 아보카도 검수 작업을 하던 미 관리 중 한 명이 협박 전화를 받았다며, 미 농무부가 직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90년대 멕시코산 아보카도 수입을 허용한 이후 자국 아보카도 농가를 외래 감염병 등에서 보호하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서 안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수를 통과한 아보카도만 수입하기 때문에 검수 중단은 곧 수입 중단을 의미한다.
멕시코 서부 미초아칸주는 세계 최대 아보카도 생산지로, 멕시코산 아보카도 중 미초아칸 아보카도만 미국 수출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생산된 아보카도의 85%가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 검수관에게 협박을 가한 이가 누구인지, 협박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초아칸은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연합 카르텔' 등 범죄조직이 벌이는 치열한 영역 다툼으로 멕시코 내에서도 특히 강력범죄가 잦은 지역이다.
이곳 농가들이 '녹색 황금'으로 불리는 아보카도 생산과 수출로 큰돈을 벌자 범죄조직들도 몰려들었다.
카르텔 조직원들은 아보카도 농가들에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납치 등도 일삼았다. 카르텔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자경대를 만들어 총을 들고 농장 앞을 지키기도 한다.
지난 2019년에도 미 농무부 검수원이 협박을 받는 일이 한 차례 벌어졌고, 당시 미 정부는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곧바로 검수를 중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아보카도 수입 중단을 발표한 날은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다.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레는 슈퍼볼 시청자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올해 슈퍼볼 과카몰레에 쓰일 멕시코 아보카도는 일찌감치 수입된 상태지만, 슈퍼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온 멕시코 아보카도 업계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아보카도 수입 중단 조치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조치의 배경엔 "경제·정치적 이해관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