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필 특파원의 3분 월스트리트
“0.5%포인트 아니면 7회 인상 가능성 높아”
10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5% 폭등한 것으로 나온 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2%를 돌파하면서 줄줄이 하락했다. 나스닥이 2.1% 내린 것을 비롯해 S&P 500과 다우 지수가 각각 1.81%, 1.47% 떨어졌다. 7.5%라는 숫자는 7.2~7.3%가량이었던 시장 예측치를 크게 웃돈다. 중요한 것은 이날 CPI 수치 발표 이후 월가의 분위기가 돌변했다는 점이다. 0.25%포인트씩 점진적 금리인상 가능성을 얘기하던 이들이 이제 0.5%포인트를 얘기하고 있다.
우선 1월 CPI를 보면. 1월 상승세인 7.5%는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식품을 뺀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6.0%나 폭등했다. 지난해 12월(5.5%)보다도 더 올랐다.
CPI 발표 후 미 경제 방송 CNBC는 “안 좋은 숫자”라고 평가했다. 팀 마그너슨 가르다 캐피털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엄청난 숫자”라고 놀라워했고, 웰스파고의 금리전략 디렉터인 마이클 슈마허는 “인플레이션이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정말로 겁에 질렸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당분간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을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단기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월 대비 수치가 1월에 0.6%가 나왔다. 지난해 12월도 0.6%다. 전월 대비 숫자가 계속 줄어들면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주는데 개선이 전혀 없었다.
물론 신차 가격 변동성이 감소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1월 신차 가격이 전월 대비 0% 상승을 보여줬다.
하지만 물가상승이 전방위로, 그것도 임대료와 임금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산더 린과 메간 스위버는 “유일하게 완만해진 것이 신차로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월 대비 주 거주지 임대료가 0.54% 상승해 199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폭을 보였다. 구인난과 그에 따른 임금상승과 맞물려 높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치 아메미야 노무라 증권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 상승이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임대 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 5.6%로 1980년대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서는 같은 집의 임대료가 몇 달 새 30% 폭등했다는 사례가 나왔다.
핵심은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올 4분기나 내년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화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고(故)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18개월에서 2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도 연준 정책의 약발이 듣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족히 걸린다는 분석이 많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연준은 단기 인플레 급등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다. 마켓워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을 인용해 “1월 CPI 발표 후 금리선물시장에서 3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가능성을 거의 97%로 봤다”며 “이는 하루 전의 24%에서 급등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월가의 많은 이들이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이날 블룸버그TV에 “3월에 0.5%포인트를 올려라. 이미 시장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림 바스타 III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할지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면서도 “모든 것은 논리적으로 3월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 볼 것은 1월 CPI가 나온 직후 3월 인상 전망치를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높인 곳이 많다는 점이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드 손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오전8시30분에 1월 CPI 숫자를 본 뒤 3월 금리인상 폭을 0.5%포인트로 바꿨다”며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이나 4월에 물가상승률이 피크에 달할 수 있다고 해왔지만 인플레이션은 아직도 올라가고 있다. 걱정스럽다”고 했다.
씨티도 3월 0.5%포인트 인상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도이치뱅크도 0.5%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임금과 상품가격, 공급망 문제가 모두 가격상승에 일조하고 있어 연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3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국채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2% 선을 넘어섰고 단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2년 물 국채금리도 한때 1.63%대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 내 대표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름에 불을 끼얹었다.
그는 이날 “3월 0.5%포인트 인상에 열려 있다”며 “7월까지 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보기 원한다”고 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도 2분기부터 하자는 것이다.
불러드 총재의 발언 이후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3월에 0.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베팅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최소한 향후 몇 주 동안 금리인상 폭을 두고 연준 내에서 토론이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연준이 실제로 0.5%포인트 카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생각이 중요하다. 이들이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며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로 한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폭도 커질지에 대한 명확한 신호는 주지 않았다. 앞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월가에서는 나온다.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시장이 좀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지역 연은 총재와 지도부의 생각은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고 아직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3월에도 0.25%포인트를 올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다르다 MKM 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상황만 보면 0.5%포인트 인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연준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3월에 0.5%포인트를 올리면 시장은 이후 회의에도 0.5%포인트 가능성을 책정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전체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7회 금리인상 가능성을 61%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상당 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더 큰 규모(0.5%포인트)로 금리인상을 시작하기보다는 더 많이 올리거나 대차대조표 축소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고 짚었다. BofA 역시 올해 7회 금리인상 가능성을 책정해두고 있다.
금리인상 결정이 이뤄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달 15일부터 16일에 열린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