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외식·개솔린·입장료 등 기본 생활비 급등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홍모씨는 설날을 맞아 가족들과 외식을 하려는 계획을 놓고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물가 인상으로 외식에 따른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오른 탓이다. 홍씨는 “예전엔 가족 외식으로 250~300달러 정도 쓰면 나름 괜찮았었는데 이제는 500달러 가까이 써야 한다는 게 부담”이라며 “가계 상황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외식비를 포함한 생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한인 이모씨 역시 생활 물가 부담을 느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인 마켓에 장을 보러 갈 때 물건을 집었다가 가격을 보고 다시 내려 놓는 일이 최근 들어 많아졌다고 했다. 이씨는 “식료품 가격이 1주일 마다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들 정도”라며 “몇 가지 사지 않았는데 100달러가 훌쩍 넘는 일이 많다 보니 생활비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전국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생활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다 물류 대란에 따른 공급난, 여기에 인력난까지 더해지면서 식료품비와 외식비, 그리고 개솔린 가격에서부터 스포츠 경기 입장 요금이나 박물관 입장료에 이르기까지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물가도 줄줄이 올라 한인들의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면서 각종 생활 물가 역시 크게 올라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전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 이는 전월 상승폭 6.8%에 보다 상승한 것으로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 수치다.
생활 물가 급등 현상은 당장 식료품 가격 인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한인 그로서리 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식료품 가격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상승했다. 공급난과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탓이다.
한 한인 마켓 매니저는 “물류난에 오미크론 확진으로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물건이 있으면 일단 확보해 두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음식값 상승으로 외식 물가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중이다. 외식비는 지난해 전년에 비해 6% 상승했다. 1년 상승분으로 40년 만에 최고치에 해당된다. 한인 요식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 산업으로 식자재 비용 상승과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서 음식 가격 인상으로 대처하고 있다.
개솔린 가격만 하더라도 지난해 전년 대비 58.1%나 급등하면서 한인 운전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 입장권과 박물관 입장 요금도 올랐다. 입장권 판매 웹사이트 ‘싯깃’(SeatGeek)에 따르면 미국프로풋볼(NFL) 입장권은 일반 경기 기준으로 평균 151달러다. 하지만 재판매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입장권 가격은 28%나 급등해 NFL 입장권의 경우 198달러 짜리 입장권이 237달러까지 상승했다. 입장시 기부금 형식으로 입장료를 받아 온 뉴욕 메트로폴리탄 예술 박물관은 해당 지역 주민과 학생을 제외하고 모든 입장객들에게 25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각종 생활 물가가 급등하자 한인 가계들은 지갑이 더 얇아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12월 전년에 비해 4.7% 올랐지만 물가가 7%나 오르면서 임금 상승분을 상쇄해 실질 임금이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한인 김모씨는 “렌트비와 먹거리 등 기본적인 생활비가 크게 오른데 반해 임금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며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