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3배↑… 클립으로 묶거나 코일로 채워 넣어 치료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 혈관이 약해져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뇌동맥류는 전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되며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5년 5만8,541명에서 2019년 11만5,640명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년 이상에서 주로 생기며 환자의 50% 정도가 40~60대 여성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와 척수 사이의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지주막 아래)에 혈액이 스며든다(지주막하(蜘蛛膜下) 출혈). 이처럼 지주막하 출혈이 되면 30~50%가 목숨을 잃는다. 뇌동맥류를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예후가 좋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여성 환자 3배 많아
뇌동맥류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발생 위치가 혈관이 나눠지는 부분이라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혈류 방향이 급격히 바뀌는 과정에서 혈관벽이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것으로 추측한다.
또한 여성 발병률이 남성의 3배에 달해 호르몬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가족력ㆍ고혈압 등 기저 질환, 흡연 등이 뇌동맥류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 조동연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따라서 뇌동맥류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고, 건강검진으로 확인할 때가 많다. 간혹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도 전조 증상이 생길 경우가 있다.
뒷목이 뻣뻣해지는 경부(頸部) 강직, 의식 저하, 극심한 두통, 오심, 구토, 사시(斜視), 복시(複視ㆍ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안검하수(윗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 등이다. 이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어서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동맥류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컴퓨터단층촬영 혈관 영상(CTA)이나 자기공명 혈관 영상(MRA)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최종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MRA 검사로 뇌동맥류를 95%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치료법은
뇌동맥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클립으로 묶는 클립결찰술(수술)이다. 이는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의 하나로 개두술이 동반된다. 수술은 보통 두개골편을 제거하고 뇌조직 사이에 있는 뇌동맥류를 확보한 뒤 의료용 클립으로 해당 부위를 결찰(結紮)해 동맥류 외부에서 혈액 흐름을 차단한다.
둘째는 혈관 내 코일색전술(시술)이다. 허벅지 대퇴동맥에서 카테터를 삽입하고 뇌 동맥으로 접근해 뇌동맥류 안에 얇은 백금 코일을 채워 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방법이다.
이형중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코일색전술은 뇌동맥류의 목 부위가 좁거나, 머리 뒷부분(후순환계)에 생겼거나,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주로 시행한다”고 했다.
특히 다발성 동맥류가 있거나, 척추동맥-기저동맥에 동맥류가 발생했거나, 혈관 연축 등으로 동맥류 부근 혈관이 좁아졌을 때 머리를 열고 시행하는 클립결찰술보다 선호한다.
최근에는 뇌혈관 중재 시술 발전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플로우 다이버터(Flow Diverter)를 활용해 혈액이 뇌동맥류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시술 등 개두술을 동반하지 않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