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코로나19가 계속 기승을 부리면서‘건강 지키기’가 최우선 과제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은‘적절한 운동’과‘건강한 식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건강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해 단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면 실패하기 쉽다. 따라서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법과 건강한 식단을 알아본다.
◇하루 7,000보 걷기가 ‘현대판 불로초’
운동은 워낙 종류가 다양하지만 비용ㆍ시간ㆍ기술 습득 등에서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바로 걷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2,000보 걷는 것에 그쳐 건강 유지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지난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매사추세츠대 등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38~50세 남녀 2,11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하루 7,000보 이상 걸은 사람들이 7,000보 미만 걸은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50~70% 낮았다.
하루 6,000~7,000보 걸을 때의 사망 위험도를 1로 하면 걸음걸이가 늘어날수록 점점 낮아져 1만 보 수준일 때 최저점을 기록한 뒤 이후에는 약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프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U자 모양이었다.
빨리 걸으나 천천히 걸으나 운동 효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걸음걸이 숫자’이지 ‘걷는 속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아주 많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는 40세 성인 기준 1주일에 450분(하루 평균 64분) 운동하면 4.5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운동 시간도 45~55분이 적당하며, 한 번에 3~4시간을 몰아서 운동하는 것보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JAMA에 발표된 논문이나 하버드대 의대 연구의 공통점은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라며 “움직임은 운동(exercise)이건 걷기(step)건 상관없다”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걷기만큼 뚜렷이 사망률을 줄이는 것은 찾을 수 없다”며 “건강 장수를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걸어야 한다. 하루 7,000보 이상 걷기는 ‘불로초’”라고 강조했다.
◇‘좋은’ 지방 늘리고, 단순당 줄여야
건강한 식단이 몸에 유익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한국인 사망률을 가장 낮추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 비율을 알아 본 결과, ‘5:3:2’였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식단을 유지하면 암을 40% 이상 막을 수 있고, 심혈관 질환은 31%, 당뇨병은 33%, 뇌졸중은 20%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지방을 늘리는 ‘저탄고지(케톤식)’ 식사법이 유행하고, 다른 한편으로 채식 위주 식사를 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건강한 식단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이지원 교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율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음식을 조화롭게 섭취하면 비만ㆍ대사증후군ㆍ심혈관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나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는 줄이고, 올리브오일 같은 ‘좋은’ 불포화지방은 늘려야 한다.
포화지방은 육류, 버터, 치즈, 마요네즈, 코코아, 팜유 등 주로 동물성 지방이다. 트랜스지방은 전자레인지용 팝콘, 감자 튀김, 크루아상, 도넛, 페이스트리, 케이크, 패스트푸드, 쇼트닝, 사탕, 과자, 쿠키, 크래커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을 하루 섭취하는 에너지의 1% 이내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은 오메가 3ㆍ6ㆍ9 등을 말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연어, 고등어, 청어, 정어리와 같은 등푸른생선과 해물류, 들기름, 아마씨, 호두 등 견과류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오메가6 지방산은 콩기름, 참기름, 옥수수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이다.
다만 오메가6 지방을 오메가3보다 과잉 섭취하면 염증 반응이 늘고 혈전이 생겨 만성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한국영양학회의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에 따르면,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 섭취 비율은 1: 4~10 정도 권장하고 있다.
덧붙여 ‘비만의 주범’인 설탕ㆍ과당 등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혈당 상승이 완만한 ‘복합당’을 먹는 것이 좋다. 단순당은 백미, 흰밀가루, 사탕, 과자, 초콜릿, 도넛, 케이크, 탄산음료, 믹스커피, 아이스크림 등에 많고, 복합당은 과일ㆍ채소ㆍ통곡류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손정식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산음료ㆍ과일 주스 등에 많은 단순당은 비만과 당뇨병,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며 “가급적 생채소, 생과일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