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육통, 진단 어려워 꾀병으로 오해받기 쉬워
40대 주부 A씨는 몇 년 전부터 온몸이 아프고 불면증과 피로에 시달렸다.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병명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최근에는 손마디가 아프고 부었지만 검사에서는 별문제가 없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A씨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심지어 꾀병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A씨는 이로 인해 육체ㆍ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섬유근육통(fibromyalgia)’ 진단을 받았다.
섬유근육통은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통증과 특징적인 압통점, 피로감,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류마티스 질환이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전신 통증이다. 목과 허리를 포함해 양 어깨, 팔다리 등에 만성적인 통증이 나타난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안 아픈 곳이 없다’라고 환자들이 주로 표현한다.
이혜순 한양대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섬유근육통이라면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압통점)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며 “특히 압통점은 목ㆍ어깨ㆍ등에 많이 분포하므로 이 부분의 통증으로 시작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 밖에 피로ㆍ수면장애도 나타난다. 환자 중 80%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이상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잠을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못하다. 환자의 65%는 기억력ㆍ집중력 저하와 함께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겪게 된다. 손목과 손 관절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잘못 진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온몸에 통증이 생기고,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피곤하고, 아침에 깰 때 상쾌하지 않고 기억력ㆍ집중력에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해봐야 한다.
섬유근육통은 전 인구의 2~8%에서 발견되고, 남성보다 여성이 7~9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주로 중년의 여성에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많아져 60대 여성은 10명 중 1명이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육체적 외상, 세균 감염, 정신적 스트레스와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내분비 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치료는 다른 질환에 의한 만성적 통증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 검사로 시작한다.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영상 검사, 갑상선 질환ㆍ빈혈 여부 등을 검사한다. 이후 수면장애를 치료하고, 전신 통증을 완화함과 동시에 정신 질환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치료법으로는 경구 약물, 신경차단술, 인지 행동 요법 등이 있다. 약물은 주로 신경의 통증 전달을 줄일 수 있는 신경계 약물을 사용한다.
또 섬유근육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변화가 우울증에서 보이는 이상 소견과 비슷해 통증을 주로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쓰기도 한다.
섬유근육통은 관절 파괴나 변형이 발생하지 않으며 적절히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다. 정청일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걷기ㆍ달리기 등 운동이 도움될 수 있지만 과도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치료는 근육이완제, 항우울제, 칼슘차단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등을 사용한다. 마취제나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주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오·남용할 경우 문제가 크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칼슘차단제와 항우울제 등이 처방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폐경 증상이 동반되면 통증과 피로감이 상승하므로 동반질환 유무도 반드시 확인해 치료하도록 한다.
김해림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섬유근육통으로 인해 우울ㆍ불안감이 생겨 일상생활에 문제가 된다면 꾸준히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