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거치며 감정적, 육체적 ‘번아웃’ 호소 늘어
목사 3명 중 1명은 최근 목회 사역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소개됐다. 목회 사역 중단을 고려했다는 목사들은 대부분 영적, 육체적 건강이 ‘번아웃’ 상태임을 이유로 들었다. 기독교계 여론 조사 기관 바나 그룹은 최근 개신교 목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러 분야에 걸친 목사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6개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 조사에서 자신이 현재 건강한 상태라고 판단한 목사는 약 3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평균 또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인지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목사들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항목은 감정적 건강 상태, 육체적 건강 상태, 재정적 건전 상태 등이었다. 반면 타인과의 관계, 영적 건강 상태, 직업 안정성 등의 항목에서는 양호하다는 답변이 대체적으로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감정적, 육체적,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 목사들이 많아진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목회 사역을 그만둘 것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목사도 급증했다. 10월 실시된 조사에서 약 38%에 해당하는 목사가 ‘번아웃’을 느껴 최근 1년 사이 목사 직분 사임을 심각하게 고려해 봤다고 답했는데 올해 초 조사 때(약 29%)와 비교할 때 불과 9개월 사이에 9%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젊은 목사 중 목회 중단을 고려한 목사가 많았다. 45세 이상 중장년층 목사 중에서 최근 1년 사이 목회 중단을 생각했다는 목사는 약 34%였지만 45세 미만 목사 중에서는 약 46%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수년 전부터 신구세대 목사 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목회 사역에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층 목사가 상당수라는 조사 결과로 교계 차원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류 교단과 비주류 교단 목사 간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주류 개신교단에 속한 목사 중 절반이 넘는 약 51%가 최근 1년 사이 목회 활동 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반면 비주류 목사 중에는 약 34%만 그렇다고 답했다. 또 여성 목사가 남성 목사보다 목회 활동에 대한 무거운 부담으로 목회 활동 중단을 고려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데이빗 키나맨 바나그룹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목사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번아웃’ 증후군 조기 신호를 감지했고 팬데믹을 거치며 재정적, 감정적, 육체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사가 더욱 늘었다”라며 “교계 지도자와 교인들이 합심하여 목사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목사 스스로도 여러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