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증발급 인정서 불허 이력 조회 안돼
한국 법무부가 ‘입국 목적 불분명’ 등을 이유로 비자 발급을 불허했는데도 재외공관을 통해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외국인들이 3년간 900여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공관은 법무부가 불허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깜깜이’로 비자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9일 공개한 재외공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주베트남대사관 등 10개 공관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법무부로부터 허가를 얻지 못한 외국인 929명에게 사증(비자)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예로 법무부는 2018년 5월 베트남인 A씨의 한국어연수사증(D-4-1) 발급 신청에 대해 ‘유학 목적이 불분명하고 신청서류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그러자 A씨는 다시 주베트남대사관에 같은 종류의 사증을 동일한 목적으로 신청했고, 주베트남대사관은 법무부의 조치를 모른 채 같은 해 7월 A씨에게 비자를 발급했다.
A씨는 그해 9월 입국한 뒤 감사 당시인 올해 4월까지 한국에 불법체류 중이다. 929명 중 A씨처럼 불법체류 중인 사람은 지난 4월 현재 6명으로 파악됐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관은 사증발급을 신청한 외국인이 입국 금지 또는 거부 대상인지 등 여부를 확인·심사해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가 운영하는 통합사증정보시스템에는 인증서 발급이 허가되지 않은 자에 대해 발급 불허사유가 조회되지 않아 인증서 발급이 불허된 자가 다시 공관에 동일·유사한 사유로 사증발급을 신청할 수 있었다.
감사원은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통합정보시스템 운영이 필요함에도 법무부가 이를 운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재외공관이 관서 운영경비·수입금 등의 회계처리 문제를 계속 지적받으면서도 행정지원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며 외교부 장관에 관련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지난 3월29일~4월23일 주인도네시아대사관·주베네수엘라대사관·주에콰도르대사관·주카자흐스탄대사관·주아랍에미리트대사관·주요코하마총영사관·주베트남대사관 등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주요 시스템 운영과 예산집행, 채용·복무 관리, 사증 심사·발급 등에 대해 비대면 방식으로 감사한 결과다.
감사 결과 행정지원시스템의 기능 미흡으로 부가가치세 환급신청이나 임차료, 각종 수당 지급 등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주아랍에미리트대사관과 주인도네시아대사관은 재화·용역 등을 구매한 후 부가가치세 신청기한 만료일이 경과할 때까지 주재국 조세청 등에 부가가치세에 대한 환급신청을 하지 않아 수입징수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확인됐다.
주베네수엘라대사관은 외국인 행정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시 임금명세서를 지급하지 않아 행정직원 4명이 제기한 수당 청구 소송에서 수당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패소, 약 25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