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정대선 주장 동조않자 해임 의사…부장관이 나서 사직 권고
미국의 한국계 첫 연방검사장이 지난 1월 돌연 사임했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강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병진(미국명 BJay Pak) 당시 조지아주 북부 연방검사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선 부정선거 수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 법사위는 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 이후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무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박 전 검사장의 사임 과정이 별도로 소개돼 있다. 당시는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가 최대 경합주인 조지아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같은 당 소속이던 주지사, 주 국무장관이 이를 반박하면서 큰 마찰이 빚어진 시점이었다.
이 와중에 수사를 담당했던 박 전 검사장이 올해 1월 4일 돌연 사직해 배경을 놓고 의문을 낳았다.
법사위 보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박 전 검사장의 사임을 강요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검사장은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부정선거 여부를 수사했지만 불법적 투표용지를 담은 여행용 가방들이 조지아주 한 개표소에서 합산됐다는 주장 등 부정선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박 전 검사장을 '네버 트럼퍼'(Never Trumper·트럼프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라고 비난했다.
또 1월 3일 백악관 회의에서 제프리 로즌 당시 법무장관 대행, 리처드 도너휴 당시 법무부 부장관 대행에게 박 전 검사장을 해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너휴 대행은 해임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하면서도 박 전 검사장이 이미 그 다음날 사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그러졌고, 박 전 검사장이 그 다음날 사직한다면 먼저 해임하지는 않겠다는 데 동의했다.
도너휴 대행은 당일 밤 박 전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전한 뒤 조용히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얘기해줬다.
박 전 검사장은 1월 4일 아침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애초 박 전 검사장이 1월 4일 사직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1월 5일 조지아주 연방상원 의원 결선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투표 직후 사직서를 제출하되 실제 사직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는 같은 달 20일로 계획했었다는 것이다.
결국 1월 3일 백악관 회의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임 발언과 도너휴 대행의 전화가 사직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비 크리스틴 조지아주 북부 연방검사장이 남부검사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이는 연방검사장 공석이 생겼을 때 차장검사가 대행하도록 한 서열 체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크리스틴 검사장의 경우 자신의 선거부정 주장에 관해 뭔가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9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박 전 검사장은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1년부터 세 차례 조지아의 주 하원의원을 지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7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연방검사장 자리에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