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줄리어스·아뎀 파타푸티언 공동수상
수용체 발견…"'사람의 세상감지' 이해폭 넓혀"
만성통증 치료법 개발 등에도 활용돼 인류발전 기여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줄리어스(66)와 아뎀 파타푸티언(54) 등 미국인 2명이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온도와 압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주기로 했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줄리어스가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을 이용해 피부 신경말단에 존재하는 열에 반응하는 감각 수용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파타푸티언은 압력에 민감한 세포를 사용해 피부와 내부 장기에서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새로운 종류의 촉각 수용체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이런 발견을 통해 우리 신경계가 뜨거운 것, 차가운 것, 기계적 자극을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또한 우리 감각과 주변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에서 누락돼 있던 중요한 연결고리들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줄리어스, 파타푸티언의 연구 업적은 사람이 세상을 감지하는 원리와 직결되는 근본적인 성과로 풀이된다.
노벨위원회의 파트릭 에른포르스 위원은 수상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학자가 풀어낸 수수께끼를 이같이 설명했다.
"여름 아침에 들판을 맨발로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태양의 온기와 아침 이슬의 시원함,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바람, 발바닥 아래로는 풀잎의 미세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정보는 피부와 신체 깊숙한 다른 조직들로부터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우리를 세계 안팎과 연결해준다. 이런 정보는 또한 우리가 힘들이지 않고, 별다른 생각 없이 수행하는 일들에 꼭 필요한 것이다."
위원회는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이런 감각들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신경 자극이 어떻게 시작돼 온도와 압력이 감지될 수 있는 것이냐? 바로 이 의문이 올해 노벨 수상자들에 의해 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발견이 만성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고 실용적으로 이어진 성과도 소개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줄리어스는 1990년대 후반, 고추를 먹으면 입안에 작열감을 일으키는 캡사이신을 감각 신경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을 발견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열에 반응하는 온도 수용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타푸티언은 마이크로피펫(극히 얇은 유리관)으로 콕콕 찌를 때 전기신호를 발산하는 세포주를 발견하고, 여기에 기계적인 힘에 의해 활성화되는 수용체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연구를 진행한 끝에 새로운 촉각 수용체를 발견했다. 그는 레바논 태생으로 현재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크립스연구소 소속이다.
120주년을 맞이한 올해 노벨상 시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48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널리 쓰이고 있는 메신저리보핵신(mRNA) 계열 백신 등 관련 연구와 활동에서 업적을 낸 인물들이 수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으나, 결과적으로 예상이 빗나갔다.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지급된다.
올해의 첫 테이프를 끊은 줄리어스와 파타푸티언은 상금 1천만 크로나를 나눠 갖게 됐다.
올해 노벨상의 시상식은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말에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노벨상 시상식은 재작년까지는 매년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