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美 국채 금리…파월 “고물가, 생각보다 길것”에 10년물 국채금리 1.5%대로 급등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과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1.558%까지 치솟았는데 월가에서는 연말까지 2%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미 경제 방송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가 장기적으로 정책 목표인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생각보다 높은 물가 상승이 수개월간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와 그에 따른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걱정하던 투자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2% 안팎씩 떨어졌다.
에너지 대란 등 물가상승 고착화 우려
지난달 말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2%대 안팎이었고 지난달 초만 해도 1.1%대였다. 줄리언 이매뉴얼 BTIG 최고 주식·파생상품전략가는 “증시 하락에는 금리가 상당한 원인을 차지한다”며 “연준뿐 아니라 영국·노르웨이 등의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큰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 인상을 얘기하고 있다. 지난 4~5일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말이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국채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올해 말 기준 최소 1.6~1.7%, 많게는 2%까지 인상된다고 보고 있다. 스리쿠마르글로벌전략의 스리 쿠마르 대표는 “국채금리가 2%까지 갈 것”이라며 “2%가 되려면 0.45%포인트 정도 올라야 하지만 연말 전에 가능하다고 보며 몇 주 만에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월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증시 고평가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중국의 전기 대란과 최근의 에너지 가격 상승을 보면 친환경으로 가는 비용이 크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 집값도 연율 20%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는 집값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S&P코어로직케이스실러가 집계한 7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연율로 19.7%나 상승했다. 이는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길게 가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증시에 대한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나스닥이 올 3월 이후 최대 낙폭인 2.83% 하락한 것도 투자 자금이 테크주에서 순환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필 올랜도 수석전략가는 “인플레이션 낙진과 워싱턴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10% 하락할 수 있다”고 점쳤다.
다만 금리가 올라 증시가 빠지면 투자 대안으로서의 국채 수요가 커져 금리가 계속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부채 한도 조정도 리스크 키워
이런 가운데 부채 한도와 2022회계연도(2021. 10~2022. 9) 예산안 협상이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 △2022회계연도 예산안 △교육·복지 중심의 인프라 투자안(3조 5,000억 달러) 등의 처리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부채 한도 문제가 심각하다. 이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오는 10월 18일께 부채 한도 초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 조치들이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며 “의회가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은 처음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이 구체적인 데드라인(10월 18일)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 증가와 그에 따른 부채 급등 및 증세에 반대하는 입장이 확고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정부가 셧다운과 디폴트 상황으로 가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채 한도 협상이 파국 전에 타결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데드라인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정치적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 실제 민주당은 예산조정절차 활용 시 60명이 아닌 과반수 찬성으로 부채 한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상원은 총 100석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가졌지만 가부동수일 때는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채 한도를 올리기 위해 예산조정절차를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예산조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문을 열어놓았다.
벤 콜턴 비콘폴리시어드바이저스 연구담당이사는 “(부채 한도 협상 같은) 정치적 치킨게임은 매번 디폴트가 현실화하기 직전에 끝난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