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외국인력 사라져…코로나 자가격리자 급증 겹치며 화물운전자·서비스 업종 구인난
나흘째 ‘주유 대란’으로 몸살을 앓는 영국이 급기야 연료 수송을 위한 군대 투입 계획까지 세웠다. 정부는 ‘사재기가 혼란을 불렀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경고에도 뒷짐만 지더니 부랴부랴 일시적 미봉책만 내놓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에 따른 운전사 인력 부족을 해소할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군 연료수송차 운전사들을 가장 필요한 곳에 배치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군인들이 적재 작업 등 전문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콰시 콰르텡 경제장관은 “공급망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이를 완화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휘발유소매협회(PRA)는 “소속 주유소 3분의 2에서 저장된 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유 대란은 영국 내 주유소 약 1,200곳을 운영하는 대형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수송차량 운전사 부족으로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지난주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실제 주말 내내 주유소 곳곳에선 차량들이 긴 줄로 늘어선 진풍경이 펼쳐졌고, 일부 주유소는 사재기로 기름이 떨어져 문을 닫기도 했다. 심지어 주유에 실패한 의료진 등 필수 인력이 출근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영국 의사협회(BMA)가 ‘주유 우선권’을 주장하고 나섰을 정도다.
이같은 혼란은 브렉시트 후폭풍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국정 운영 비판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사재기가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수요 폭증으로 납품 시점을 맞추지 못한 ‘일시적 차질’이라는 얘기다.
업계와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인력 공백’이 계속된 데다, 코로나19로 인력난이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7월부터 봉쇄 완화로 경제 활동은 활발해진 반면, 자가 격리자가 급증하면서 트럭 운전사뿐 아니라 서비스 업종 등을 중심으로 일손 부족 현상은 더 악화했다. 화물 운전사가 줄어든 탓에 생필품이나 식자재 공급마저 지연돼 버린 현실이 그 방증이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업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화물 운전사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처우 등은 앞으로도 신규 인력 모집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근본적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12월 24일 만료되는 외국인 임시 취업 비자를 5,000명에게 제공하겠다는 등 조치를 내놨는데, 이에 대해서도 “고작 3개월짜리 일자리를 위해 이주하는 노동자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