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말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 중남미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조하며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이 혼자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 전략은 다른 나라의 정부, 국제기구, 기업, 재단, 시민사회와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멕시코, 일본, 한국, 유엔으로부터 이 지역의 구호 제공에 있어 미국에 합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한국을 거론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과 어떤 협력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중남미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최근 한미 간 이뤄진 공조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는 “우리는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들로부터 미국으로의 이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2021∼2024년 이들 국가와의 개발 협력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2억2천만 달러로 증가시킬 것을 약속했다”는 문구가 있다.
남부 국경지대에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어 미국의 골치를 썩이는 대표적인 국가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북부 3국에는 한국 중소기업 등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를 비롯한 중남미는 한국 입장에서도 교민 보호는 물론 경제협력 심화 파트너로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정상회담 성명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북부 3국이 포함된 중미통합체제(SICA) 8개국 정상과 화상 회의를 갖고 포괄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4월 중남미 순방에 나서 한·SICA 외교차관 회의를 열기도 했다.
중남미 불법이민 문제 해결은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 이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첫 임무다. 해리스 부통령이 첫 순방지로 중남미를 택할 정도로 각별한 공을 들이는 사안이자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이기도 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근본 원인인 부패와 폭력, 인신매매, 빈곤에다 전염병 대유행과 기후 상황이 겹쳐 불법이민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처럼 국경을 봉쇄하는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적극적 원조와 함께 일자리 창출, 경제개발, 부패 척결 등 근본 원인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백악관은 이날 별도 자료에서 민간 기업의 투자 확대와 자선 사업, 합법적 이민을 위한 망명과 취업비자 절차 개선, 주변국과의 협력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근본 원인 해결을 강조한 뒤 “우리는 효과가 있는 일에 기반을 두고 효과가 없는 일에선 벗어날 것”이라며 “쉽지 않고 즉각 진전이 있진 않겠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