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전투 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2001년 9·11테러 후 20년간 이어지던 미군의 직접적인 중동 군사 개입을 일단락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 견제에 미군 전력을 집중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아프간의 탈레반처럼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영향력이 커질 경우 미국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연말까지 우리는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를 종료할 것”이라며 “(이라크 내 미군 역할은) IS에 맞설 때 (이라크군을) 훈련하고, 지원하고,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명령했고 이후 4,000명 넘는 미군이 전사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2007년 최대 17만 명의 병력이 이라크에 주둔하기도 했으나 이후 줄어들어 현재는 2,500명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수 발표로 부시 대통령의 첫 번째 전쟁을 끝낸 데 이어 이번 발표로 두 번째 전쟁도 종료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움직임은 9·11테러 공격에 대한 20년 동안의 한물간 반응을 끝내고 점점 더 공격적인, 미국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중국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이든 외교정책의 한 축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전 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투 병력을 빼낸 뒤 인도태평양 지역 전력을 보강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군사·외교정책 재편과 중국 견제가 말뿐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바이든식 접근법은 알카에다와 IS의 부활을 꾀하는 재앙”(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미군 철수 선언 후 아프간 전역을 장악해가는 탈레반처럼 미군이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를 종료할 경우 IS의 영향력이 역내에서 커질 수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8,000~1만6,000명의 IS 게릴라 전사가 주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수년 전부터 주로 전투 임무 대신 정보수집 지원, 이라크군 조언 등에 치중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또 이란 감시와 견제를 위해 미군이 계속 이라크에 주둔하는 상황이라 정세가 급변할 경우 미군 전투병력이 재파병될 소지도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