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위급, 4개월여만의 대면 회담
중 셰펑 “적, 속임수, 악마화” 말폭탄 쏟아내
중국이 26일 미국을 향해 말폭탄을 쏟아냈다. 적, 속임수, 악마 등 온갖 험악한 표현이 등장했다. 미국은 홍콩, 신장, 티베트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절제된 입장을 유지했다.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양국은 10월 대면 정상회의를 목표로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펑 부부장(차관)은 이날 톈진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중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미국인들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2차 대전 당시 일본, 냉전시절 소련으로 여긴다”면서 “중국을 악마화해서 국내 불만을 무마하고 미국의 구조적 모순을 중국 탓으로 돌리려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미국은 잘못된 생각과 위험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각료를 상대로 분풀이하듯 융단폭격을 가한 셈이다. 양국 고위급 대화는 지난 3월 알래스카 회담 이후 4개월 만이다.
셰 부부장은 미국이 내세운 경쟁, 협력, 대항의 3분법은 “중국을 억압하는 속임수”라면서 “대결과 억제가 본질이고 협력은 미봉책, 경쟁은 말의 함정일 뿐”이라고 깎아 내렸다. 특히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며 “나쁜 짓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은 악당, 중국은 선의의 피해자라는 뉘앙스다.
회담을 끝낸 셔먼 부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역시 “미국이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전복을 시도해선 안 된다며”다며 공세를 펼쳤다.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날 셔먼과의 면담에서 신장·홍콩 문제와 관련 “미국이 중국의 영토 주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 제재와 관세 철폐도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셰펑 부부장의 작심 발언을 이례적으로 실시간 공개했다. 분이 덜 풀렸는지 셰 부부장은 회담 후에도 중국 기자들과 만나 “레드라인을 침범하고 불장난으로 도발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미국을 몰아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