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서부가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찍는 폭염에 산불까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 2명이 순직했으며 태평양 해안에서는 수억 마리 바다생물이 떼죽음을 맞았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거의 전역과 남서부 주요 도시들이 폭염 영향권에 있으며 11일 사상 최고 기록이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10일 오후(현지시간) 낮 최고기온이 화씨 117도(섭씨 47.2도)까지 올랐다. 이는 1942년 7월 24일 세워진 최고 기록과 같은 것이다. 2005년, 2013년, 2017년에도 이만큼 최고기온이 올랐던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는 11일 화씨 114도(섭씨 45.6도)였던 최고 기록이 깨질 수 있다고 예측됐다.
데스밸리는 지난 9일 화씨 130도(섭씨 54.4도)까지 올랐다. 1913년 이 지역에서 지구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으로 기록된 화씨 134도(섭씨 56.7도)에 근접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서부 지역은 6월 중순부터 열돔 현상으로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9일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본토의 평균기온은 화씨 72.6도(섭씨 22.6도)로 127년 만에 가장 뜨거운 6월을 보낸 것으로 기록됐다.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에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의 홍합, 조개, 불가사리 등 바다생물들도 떼죽음을 맞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에 따르면 북미 서부 해안에서는 마치 누군가가 삶아놓은 듯 입을 벌리고 죽은 홍합과 조개류가 바위들을 뒤덮고 있으며 불가사리도 상당수 폐사했다.
과학자들은 폭염이 심한 지난 2주간 폐사한 해상 생물이 10억 마리를 넘으며 연어 등 민물 생물들도 위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 해양생물학자인 크리스토퍼 할리는 다른 바다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홍합만 수억 마리가 죽었고 따개비, 소라게, 갑각류, 해삼 등을 통틀면 폐사한 동물은 10억 마리를 넘는다고 추산했다.
그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를 보는 듯하다"고 경악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이상 기상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하고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바다 생태계 하위에 있는 이들 동물의 집단 폐사가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면서 미 서부의 고충은 가중됐다.
애리조나주에서는 10일 프레스콧 국유림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한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고 NBC 방송이 현지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리건주 프레몬트-위너마 국유림에서 이날 화재 규모는 3만1천㏊로 두 배로 확산했다.
폭염과 산불에 전력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현지 송전 사업자인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사업자(ISO)는 보도자료를 내 "극단적인 기온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전력망에 전력 부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리건주 화재로 오리건과 캘리포니아를 잇는 송전선 3곳을 차단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예비 전력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