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우주관광 전쟁에서 첫 테이프를 끊게 된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70)은 "난 상당히 겁이 없는 사람이다. 걱정되기보다는 신난다"고 출발 전 소감을 밝혔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11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내가 평생 따른 모토는 '용감한 자가 영원히 살지 못하겠지만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아예 사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랜슨 회장은 미국 시각으로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9시)께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우주 비행기를 타고 이륙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기업 버진 갤럭틱이 개발한 유인 우주시스템 '스페이스십투'의 비행선에 탄다.
괴짜 사업가로 유명한 브랜슨 회장은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을 포함해 76차례의 모험에 관해 책을 쓴 적도 있다.
그는 이번 우주관광에 대비해 지난 수년간 주 4회 테니스 교습과 원심분리기 훈련 등으로 몸을 만들었다.
그는 "내 몸이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30∼40대때처럼 유지하기 위해 서핑, 익스트림 바이킹, 하이킹, 등산, 헬스 등을 했다"고 말했다.
브랜슨 회장은 "아름다운 우주를 돌아보고 싶다는 것이 사람들이 우주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억만장자간 우주관광 경쟁이란 표현을 거부하고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우주 비행 계획을 공개한 뒤 브랜슨은 올해 말이던 일정을 이달 9일로 앞당겼다.
브랜슨 회장은 "경쟁이라고 부르면 위험하다"며 "베이조스 보다 며칠 앞서 출발하게 됐지만 레이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안믿는 걸 알면서 계속 아니라고 말하는 게 바보같기까지 하다. 난 늘 이번 아니면 다음에 탑승하려고 했고 그저 이번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랜슨 회장은 2004년 1억파운드(1천585억원)를 넣어 버진 갤럭틱을 출범한 후 익명의 재벌과 중동 국부펀드 등에서 10배를 끌어냈다.
초창기부터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리오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 인사들이 예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권 가격은 약 25만달러(2억9천만원)에 달하며 이미 600∼700명이 신청해서 예약은 5년 전에 중단됐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 수익은 우주 관광보다는 위성 등 화물 운송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버진 갤럭틱은 어디서든 위성을 발사할 수 있고 화물을 초음속으로 지표면 어디서든 보내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항공, 크루즈, 헬스장 등이 주축인 버진 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버진그룹이 항공 승무원 등을 위해 유급휴직 지원을 신청하자 조세피난처를 사용하면서 구제금융을 요구한다는 의혹으로 큰 비난을 받았다.
그 때 그룹을 살린 것은 의외로 2019년 말 상장한 버진 갤럭틱이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 갤럭틱 주식 5억달러 어치를 매각해서 사업을 유지했다.
한편, 브랜슨 회장에게 우주복이 버진 그룹의 브랜드 색인 빨강이 아니라 파랑인 이유를 묻자 "왜인지는 모르지만 우주선에선 빨강은 금지돼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