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지난달부터 투수의 이물질 사용을 막기 위해 부정투구 단속을 시작하자 갑자기 투수들의 공 회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1,400명이 넘는 투수의 약 200만 회 투구를 대상으로 회전력 추이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보도했다.
회전율이란 투수가 던진 공의 분당 회전수를 구속으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높으면 같은 구속이더라도 타자가 공을 맞히기 더 어렵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조사결과 지난 4월 1일 기준 24.87이던 투수들의 평균 회전율은 6월 23일 23.85로 4.1% 떨어졌다. 지난달 3일 이후 10개 이상의 직구를 던진 투수 중 약 70%가 시즌 초보다 회전율이 감소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부정투구 단속에 나선 데는 투수들의 금지된 이물질 사용이 만연하다는 문제의식 속에 회전율이 계속 높아진 반면 ‘투고 타저’ 현상은 갈수록 심화한다는 인식에서다.
부정투구 단속이 실제 시행된 첫날인 지난달 21일 기준 올해 들어 메이저리그 타자의 평균 타율은 2할3푼9리로 1968년 이래 최저치였다. 또 스트라이크 아웃 비율은 24%로 근 20년 만의 최고였다. 30년 전 이 비율은 15%였다.
이런 규정 변화는 정상급 투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 양키스 투수 게릿 콜의 지난달 16일 경기 때 회전율은 24.13으로 올 시즌 평균보다 6% 낮았다. LA 다저스의 트레버 바워 역시 지난달 12일 경기 때 회전율이 29.99로 시즌 평균보다 5.5% 낮았다.
마운드에서 투수의 행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일례로 바워는 지난달 23일 경기 때 최소 8차례 로진 주머니를 만지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6월 3일 이전 두 경기에서는 이런 장면이 없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투수 타일러 글래스나우 역시 이마나 손목의 땀을 문지르고 손가락을 혀로 핥는 모습이 잡혔는데, 이 역시 올 시즌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행동이다.
글래스나우는 최근 오른쪽 팔꿈치 인대 부분 파열 등 진단을 받았는데 이물질 사용 금지 때문에 생긴 부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제와 로진을 섞어 사용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WP는 이처럼 투수에게 불리한 규정 변화가 타자들의 타격 확률을 높였다는 분석도 내놨다.
타자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볼넷이나 스트라이크 아웃이 아니라 타격을 한 뒤 타순을 끝낸 비율은 지난달 3일 이후 44%였다. 이는 시즌 초반 40%에 비해 올라간 것으로, 그만큼 타자가 투수의 공을 칠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