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희망자도 많이 이용하는 미국 투자이민제도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5일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국의 법인에 최소 90만 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EB-5 프로그램의 핵심 조항이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연방의회는 제도 연장을 위한 합의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제도 강화를 요구하는 의원들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데다 대도시와 시골 지역구 사이의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해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EB-5 신청자들이 낸 투자금을 미 기업들이 쓸 수 있게 분배하는 리저널센터 프로그램 기한이 6월 말로 끝난다.
이민 신청자들의 간접 투자 창구인 리저널센터 프로그램은 통상 의회의 연간 예산 패키지법에 포함돼 매년 별 문제 없이 갱신됐으나, 올해는 ‘강경파’인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패트릭 레이히(민주·버몬트) 연방상원의원의 노력으로 예산안 처리 전 일찍 종료 시한을 맞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그래슬리·레이히 의원은 EB-5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와 투자 프로젝트를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개정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차라리 이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지하는 게 낫다며 “현재의 형태로 이 프로그램을 존속할 수 없다. 실수하지 말라”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경고했다.
이들 의원은 현행 EB-5 제도가 사기 사건에 악용되기 쉽고, 투자금이 주로 도시 지역 개발사업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뉴욕 허드슨야드 개발과 같은 대도시 부동산 프로젝트의 재원 역할을 해온 EB-5 제도의 종료 위기에 해당 지역구 의원들과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그래슬리·레이히 의원 법안에 반대하면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뉴욕을 지역구로 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는 17일 레이히 의원과 함께 업계 대표들을 만나 합의 가능한 타협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두 명의 소식통이 WSJ에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EB-5 리저널센터 프로그램이 이달 말 종료되도록 놔둔 뒤 가을에 부활시켜 내년 예산 패키지법에 다시 끼워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연방 의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 EB-5 제도의 미래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과거 이 제도를 가장 많이 이용한 이민자들이 중국 투자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리저널 센터 투자이민 제도는 최소 투자금이 지난 2019년 11월까지 50만 달러였다가 이후 90만 달러로 상향 조정된 바 있는데,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 이민 희망자들의 영주권 취득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