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이민자는 임시로 체류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영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불법 입국자들에 대한 영주권 취득 자격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향후 이민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연방 대법원은 7일 대법관 만장일치로 임시보호신분(TPS) 이민자가 당초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한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와 USA투데이 등이 일제히 전했다. TPS 체류신분은 해당 이민자를 추방으로부터는 보호해줄 수 있지만 영주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TPS 신분은 전쟁이나 자연 재해로 자국이 황폐화돼 안전하게 출신 국가로 귀국할 수 없게된 경우 미국에서 일시적인 체류와 취업이 가능하고 추방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그러나 미국내 영구적인 체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재 약 40만 명이 TPS 신분으로 미국 내에 체류 중인데, 이들 중 불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지가 그간 논란이 돼왔다. 하지만 이날 연방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적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TPS 신분인 경우에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없다는 이민당국의 방침이 확고하게 법제화된 셈이다.
연방 이민법은 이민자가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적법하게 입국절차를 거쳐 미국에 입국하거나, 불법 입국에 대한 일종의 사면조치를 받아야만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뉴저지 거주 과테말라 출신 부부는 TPS 신분이 됐을 당시 미국 정부가 이미 자신의 적법한 신분을 인정한 것이라며 영주권 신청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에서 영주권 신청이 거부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이민당국에서도 이를 인정받지 못했다.
연방 정부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제기한 부부는 1990년대 불법으로 입국했다 2001년 TPS신분을 취득했다. 이어 2014년 영주권을 신청했다 거부당했다. 이들은 1심에서는 승소하기도 했지만 이날 대법원의 만장일치 판결로 이들의 영주권 신청자격 논란을 일단락됐다.
연방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특히 주목되고 있는 것은 불법 입국 이민자의 영주권 신청자격을 만장일치로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합법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비자시한을 넘겨 불법체류가 된 오버스테이 불체자와 밀입국을 통해 입국해 불법체류 중인 이민자의 영주권 신청자격 유무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명확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불법체류 이민자 영주권 부여 방식의 이민개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연방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는 이미 성문화된 이민관련 법규를 수정하는 것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혀 이날 판결이 향후 포괄 이민개혁안 추진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