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대다수는 마리화나 사용을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의견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4월 미국 성인 약 5,100명을 대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에서 종교를 가진 성인의 약 절반(약 54%) 가량만 의료용 및 기호용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종교인 중 약 35%는 마리화나 사용을 의료용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고 약 10%는 어떤 경우에도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종교가 없는 성인 중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비율은 약 76%로 종교인에 비해 매우 높았다. 무종교 성인 중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만 찬성한다는 비율은 약 20%,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약 4%였다.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교파에 따라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백인 복음주의 교인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백인 복음주의 교인 중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를 찬성한다는 답변은 약 44%로 전체 종교인 중 가장 낮았다. 흑인 개신교인(약 63%)과 백인 기타 개신교인(약 62%)의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찬성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고 카톨릭 신자 중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비율은 약 53%로 조사됐다.
또 종교인들의 예배 참석 횟수에 따라서도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개신교인 중 매주 1회 이상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 중에서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비율은 약 36%로 낮았다. 반면 이보다 예배에 덜 자주 출석하는 교인 중에서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찬성한다는 답변은 약 6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퓨 리서치 센터 측은 예배 출석 횟수가 높은 종교인이 마리화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종교적 사회화 현상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종교가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하는 것처럼 예배 등 종교 행사 참석에서 받은 금욕적 메시지가 마리화나 사용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방식 형성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현재 워싱턴 D.C.와 전국 17개 주에서 성인의 기호용 마리화나 사용을 승인하고 있다. 종교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종교인의 절반은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 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반면 이른바 믿음이 ‘좋은’ 종교인들 거주지는 마리화나 사용 합법 여부와 상관관계가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 활동에 적극적인 교인의 경우 마리화나 합법주, 의료용 마리화나만 합법화된 주, 마리화나 금지 주에 각각 약 3분 1씩 거주하고 있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