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국가 출신 불법 이민자로 붐볐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입국을 시도하는 인도인과 브라질인의 수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갱 폭력과 자연재해 등을 피해 고향을 떠난 중남미 국가 출신에 더해 최근 몇 달간 ‘팬데믹 난민’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통계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브라질인의 수는 4,000명 선이었다. 지난 1월에 체포된 브라질인의 수가 300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NYT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히는 인도 출신 불법 이민자들은 복잡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시골 지역 출신들은 일단 뭄바이 같은 인도의 대도시로 간 뒤 비행기로 두바이를 거쳐 모스크바나 파리, 마드리드 등에 위치한 공항까지 이동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멕시코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뒤에는 이틀간 버스를 타고 국경에 가야 한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년 전인 2019년 4월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 시도자 중 멕시코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이 아닌 사람은 7.5%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4월의 경우 중미 국가 출신이 아닌 불법 입국 시도자는 전체의 30%로 늘어났다.
NYT는 국경 당국에 체포된 불법 입국 시도자들의 국적은 160개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연쇄 효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불법 이민자 사이에서는 애리조나주 유마를 통한 미국행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입국 시도자들이 기존에 사용했던 텍사스주 국경은 리오그란데강이나 사막을 건너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유마는 비교적 수월하게 국경을 건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마는 국경을 건너기가 용이한 대신 국경 당국의 눈을 피하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유마에 도착한 불법 입국 시도자들은 보통 국경 앞에서 손을 들고 자수한다. 실제로 브라질이나 인도 등에서 온 불법 입국 시도자들은 미국 국경 당국이 곧바로 멕시코에 돌려보낼 방법도 없다. 멕시코 당국이 중미 출신이 아닌 이들의 신병 인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이나 인도 등의 불법 입국 시도자들은 이민 당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추후 법원에 출두하라는 명령과 함께 조건부로 석방된다는 설명이다. 애리조나에서 이민자 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디에고 피냐 로페스는 “지금까지 이렇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을 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