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지난 3개월간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들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지만 트럼프 시절 불어난 대규모 이민비자 적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12일 CNN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반 이민조치 등으로 약 260만 건의 이민비자 신청서가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 있으며 적체 서류 중 상당수는 당장 영주권 인터뷰도 가능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CNN은 연방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260만 건에 달하고 있는 이민비자 적체 서류들 중 약 50만 건은 승인 요건을 갖추고 있어 비자 인터뷰가 준비가 다 된 신청서류들이라고 전했다.
또 특정 부문의 이민비자들 중에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출범한 4년 전에 비해 적체건수가 50~100배까지 많아진 경우도 있다.
이민비자 신청서 적체가 급증한 것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지난 4년간 지속해온 반이민 조치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민비자 발급을 제한한 조치들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자 인터뷰 제한 조치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도 적체를 늘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 국무부는 가족초청 이민비자 인터뷰를 2만2,856건을 진행했으나 지난 1월 국무무의 가족 이민비자 인터뷰는 262건에 불과했다. 인터뷰가 99% 급감한 것이다.
CNN은 국무부가 여전히 트럼프 전 행정부가 팬데믹을 이유로 부과한 인터뷰 및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적체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는 것은 트럼프 시절의 이같은 조치들이 신속하게 취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무부는 지난 8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제한 대상이 된 지역 거주자인 경우에도 이민비자나 약혼자 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된 이 제한조치 하나를 뒤집는데 3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당시 다짐과 달리 전임 행정부의 반이민조치를 한꺼번에 뒤집는 것이 예상보다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난민 쿼타 축소로 난민비자 신청서 적체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난민 쿼타 2배 증원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6만2,500개로 축소한 난민 쿼타를 12만5,000개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정확한 쿼타 증원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반이민 조치를 철폐하거나 무효화했지만 병목 현상으로 파급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무슬림 국가 출신자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무효화했지만 입국이 허용된 이들의 이민비자 처리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4년간 유지된 이 조치가 폐지 후에도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리온 로드리게스 연방 이민서비스국(USICS) 전 국장은 CNN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비자와 난민 입국을 트럼프 전 행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반이민조치들의 영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