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중인 뇌, 마리화나·다른 약물에 특히 취약
처음 접할 때 중독증세 청소년 11%, 성인 6.4%
청소년들이 젊은 성인에 비해 마약 및 처방약들을 최초로 접했을 때 중독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의학협회 소아과학회지(JAMA Pediatrics)’에 미국립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젊은 성인에 비해 마약 및 처방약 등을 처음 접했을 때 중독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성장 중인 10대들의 뇌는 성인과 비교해 중독의 영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마약 및 처방약 등의 섭취는 청소년의 뇌에 훨씬 더 치명적이고 중독 위험도 크다”고 경고했다.
연구진들은 12~17세 청소년들과 18~25세 젊은 성인을 두 집단으로 나눠 마약(담배, 알코올, 대마초,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 및 처방약(오피오이드, 흥분제, 신정안정제) 등을 최초로 접하게 한 뒤,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 SUD) 정도를 측정했다.
SUD란 특정한 물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장애로 인지적, 행동적, 신체적 문제에도 불구 사용을 중단하거나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 즉 중독 증세를 일컫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리화나와 처방약 등을 처음 접한 청소년 집단이 젊은 성인 집단에 비해 중독 현상이 높게 측정됐다. 즉, 이른 나이에 마약과 처방약 등에 노출될수록 중독 증세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마리화나의 경우 마리화나의 처음 접한 1년동안 청소년 집단의 11%가 중독 증세를 보인데 반해 젊은 성인 집단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6.4%만 중독 증세를 보였다.
처방약의 경우에도 청소년 집단의 14%가 1년 이내 중독 증세를 보였지만, 젊은 성인 집단에서는 고작 4%만이 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술과 담배의 경우 청소년 집단과 젊은 성인 집단 간의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한 수준의 중독 증세가 나타났고, 코카인과 헤로인과 같은 불법 마약의 경우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수가 현저히 낮아 연구자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었다.
앞선 유사 연구들에서도 마리화나, 담배, 알코올 등에 대한 조기 노출이 중독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지만, 이번 연구는 마약과 처방약 총 9개의 종류의 약물 모두 조기 사용 시 위험하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연구 분야의 폭을 넓혔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몇 년간 10대들 사이에서 급증하는 마리화나 사용을 막기 위해 검진과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온 공중 보건 정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