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불과 두 달도 못 돼 밀려드는 중남미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친화적 정책에 기대를 품고 국경을 넘는 이들이 늘어나 수용 시설이 부족할 정도로 행렬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식 절차를 밟은 합법적 이민이 아닌 밀입국자들이어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가족을 동반한 1만9,945명, 가족 없는 미성년자 9,297명이 국경지대에서 불법 이민을 시도했다. 1월에 비해 각각 168%, 63% 증가한 수치다. 이는 밀입국자 문제가 심각했던 2019년 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3월 들어서도 이민자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며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일시 구금 상태에 있는 이들만 해도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족을 동반한 입국자의 경우 대다수에 대해 미국 체류를 거부하고 본국에 돌려보내지만, 미성년자 혼자 입국한 경우 송환 대신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방 정부는 텍사스주 2개 가족 수용시설 외에 가족 단위 밀입국자들이 호텔에 체류토록 하는 프로그램까지 긴급히 마련했다. 특히 미성년 밀입국자의 경우 처우 기준이 더 높은 데다 최근 이들의 수용 시설이 한계치에 달해 텍사스의 한 대형 컨벤션센터까지 동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는 초강경 반 이민 정책을 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를 줄줄이 철회하며 포용적 정책으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홀로 남부 국경을 넘은 미성년 밀입국자를 추방하고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멕시코 등 남미 국가가 이들을 수용토록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이를 뒤집었다. 이 정책의 철회는 특히 부모를 동반하지 않는 미성년자의 월경 급증으로 이어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남부 국경장벽 건설 예산 투입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최대 1,1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 개정안이 최근 하원을 통과해 상원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제는 이민자 행렬이 예상보다 너무 길다는 점이다. AP는 “바이든 행정부가 장기적인 문제 대처를 위해 이민 입법에 노력했지만 당장의 급증을 관리할 현장 계획은 없었다”며 제대로 된 준비가 부족한 데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 시스템을 훼손하고 약화한 상황을 물려받은 결과라며 전 행정부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하는 바람에 정권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치 못했고 이것이 준비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알렉한도르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CNN 등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민 시스템을 해체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시스템을 재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