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으로

미국뉴스 | 사회 | 2021-02-18 16:16:00

텍사스,한파,위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울타리 뜰어내고 벌목해 불 때…식자재 공급도 붕괴 현상

눈녹여 설거지·화장실 용변…분노한 민심 "위기대응 실패로 고통"

8개주 최소 38명 사망…극단적 난방 자구책에 일산화탄소 중독 경보 발령

 

기록적인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텍사스주가 설상가상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혹한으로 발전시설 가동이 대거 중단되며 최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식수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은 3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18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는 나흘 연속 정전 사태가 이어졌다.

 

정전 피해는 한때 450만 가구에 달했지만, 차츰 복구가 이뤄지면서 현재 55만 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완전 복구가 아닌 순환 정전이 반복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가시질 않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력 복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한파가 계속돼 앞으로 이틀 동안 순환 정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민은 냉기가 서린 집을 나와 승용차에 시동을 켜고 몸을 데운 뒤 잠을 청했고, 바비큐 그릴과 가스스토브, 심지어 촛불까지 동원해 난방을 시도했다.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내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 목각 장난감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땔감이 부족해지자 나무를 직접 벌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텍사스주 중부 킬린에 거주하는 엔젤 가르시아는 "장난감 나무 블록을 벽난로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은 현재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여기 많은 사람은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서 불을 피우고 있다"고 울먹였다.

KP 조지 포트벤트카운티 지역 판사는 "많은 사람이 차 안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엉망진창"이라고 호소했다.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으로
바비큐 그릴에 불을 피워 피자를 데우는 텍사스 주민[로이터=연합뉴스]

 

텍사스주는 정전 사태도 모자라 식수, 식량난까지 가중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수도관 동파와 정수장 가동 중단, 수압 저하 등으로 주민 1천200만명에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당국은 또 주민 700만명에게 식수 오염 가능성을 대비해 물을 끓여 먹으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이미 많은 주민이 화장실 용변기, 설거지 용도로 눈을 녹여서 사용하고 있다.

크레스트뷰에 거주하는 스미스 팬더는 "생수가 떨어지면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주전자와 냄비에 눈을 담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현재 도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물 한방울이라도 쓸데없는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2∼3일간 에너지와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으로
텍사스주 휴스턴 식료품점의 텅 빈 진열대[트위터 게시물 캡처]

 

식량난도 텍사스 주민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정전으로 식료품점 냉동고 가동이 중단되면서 곳곳에서 식자재가 상했고, 유제품 유통망도 끊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때와 버금가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었다는 주민들 증언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텍사스주 농업담당 부서는 코로나19 위기 당시의 식자재 공급 붕괴를 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클로디아 레머스는 많은 식료품 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그나마 문을 연 가게에서도 음식을 사려면 30분 동안 줄을 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텍사스 주민들은 음식이 있더라도 데울 방법이 없어 과자와 육포,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때우는 지경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으로
대형 유통매장 타깃에서 줄을 선 텍사스 주민[AP=연합뉴스]

 

많은 주민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자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텍사스 주민 필립 셀리는 "아내, 생후 11개월 아이와 함께 춥고 어두운 방에 앉아있지만, 이곳의 리더들은 답이 없다"며 "앉아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임신 중인 아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목욕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정전사태 등을 두고 서로 싸울 게 아니라 자신을 손가락질해야 한다. 그들은 위기 대응에 실패했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사람들은 화가 났고, 혼란스럽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미국을 꽁꽁 얼린 한파로 현재까지 8개 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화재, 저체온증,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민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극단적 방법으로 난방을 하려다가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으로
정전 사태에 촛불로 불을 밝히고 겨우 몸을 데우는 텍사스 주민[로이터=연합뉴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나보다 돈 많겠지만.. “ 전현무, BTS·세븐틴 만나 밥값 계산(사당귀)
“나보다 돈 많겠지만.. “ 전현무, BTS·세븐틴 만나 밥값 계산(사당귀)

사진=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전현무가 미담을 셀프 공개했다.5일(한국시간) 방송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

소속사 시끄러워도 잘 나가는 뉴진스…유튜브 주간 차트 1위
소속사 시끄러워도 잘 나가는 뉴진스…유튜브 주간 차트 1위

걸그룹 뉴진스/어도어 제공걸그룹 뉴진스의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각종 주간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소속사 어도어가 6일 밝혔다.‘버블 검’ 뮤

에모리대 졸업식 개스사우스로 옮겨 열린다
에모리대 졸업식 개스사우스로 옮겨 열린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전격 장소변경5월 13일 오전 8시30분 개스사우스 에모리대학교는 캠퍼스에서 일주일 이상 진행된 친팔레스타인 시위 여파로 13일 열릴 예정인 졸업식을 둘루스의

애틀랜타, 선댄스 영화제 후보지 물망
애틀랜타, 선댄스 영화제 후보지 물망

'남부의 할리우드' 애틀랜타 개최 검토선정 시 2025년 1월 영화제 개최 미 전국 최대의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사상 최초로 타주 상영을 결정하면서 애틀랜타가 강력한 최

애틀랜타 주택판매 적기는 6월
애틀랜타 주택판매 적기는 6월

Zillow 도시별 주택 판매 적기 발표하반기 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 주목 부동산업체 질로우(Zillow)가 35개의 미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 판매 최적의 시점과 관

동남부 동요대회 원예림 양 대상
동남부 동요대회 원예림 양 대상

제24회 동남부한국학교 동요부르기대회 제24회 동남부 한국학교 동요부르기 대회에서 KCPC연합한국학교 3학년 원예림 양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재미한국학교협의회 동남부지역협의회(

‘올리브유 파동’… 공급 급감ㆍ가격 급증

4년전 1,300달러, 현재 1만 전 세계에서 치킨, 파스타, 샐러드 등 여러 식품에 널리 쓰이는 올리브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올해 외식 물가에 파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

세계 경제성장 2.9→3.1%↑… 미국 2.6%로 상향
세계 경제성장 2.9→3.1%↑… 미국 2.6%로 상향

OECD 올해 경제 전망내년 성장률 3.2% 전망물가 상승률 빠른 둔화중동 분쟁·금리 등 변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발간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미 경제 연착륙 현실화… 금리인하 기대감 ‘쑥’
미 경제 연착륙 현실화… 금리인하 기대감 ‘쑥’

4월 고용증가 18만건 그쳐실업률 3.9% 전망치 상회과열 노동 시장 냉각 시사‘골디락스’수치, 월가 환호 고질적인 인플레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됐던 고용시장이 신규 채용이 감소하고

한인사회, 양용씨 총격사망 분노·철저 수사 촉구
한인사회, 양용씨 총격사망 분노·철저 수사 촉구

경관 대처 과잉진압 의혹유족 “절대 총 쏠 상황 아냐”한인회 진상규명 기자회견총영사관 우려·애도 표시 경찰 총격에 의해 사망한 양용씨의 건강했던 시절의 모습. [유족 제공]  지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