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엔 귀한 노트에 일기를 썼다
미래의 계획표를 성장 판과 함께 채우며
의식하지 않은 지구의 멋있는 생각을
진열장에 넣어두는 이상주의를 꿈꿨다
시간이 허리쯤 오면 밀당을 하는 능력을 배양 받아
자르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는 버릇도 생기면서
좁은 반복을 적당히 하는 현실주의자로 변한다
마무리가 오면 마음은 자판을 치듯 빨라지는데
피 돌기가 원활하지 못해서
감각은 늘어지고 강박에 시달려
허무주의가 되는 인생
세월의 나이테는 촘촘히 쌓여도
늘어만 가는 빈 공간들을 바라보며
허술한 약속이 흩어진 미안함에 눈이 닿자
몸서리 치는 짧은 생각들
‘인간은 완벽하지 않았지’
슬쩍, 핑계와 손을 잡는 어리석음
다음해 첫 날이 또 와도 달라지지 않을
미래의 게으른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