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예산위·교육노동위서 그린 의원 퇴출 표결
총기난사 생존자 비하·'펠로시 사형' 발언으로 논란
극우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신봉해 논란을 빚은 공화당 하원의원이 결국 배정된 상임위원회에서 축출됐다고 CNN방송이 4일 보도했다.
하원은 이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을 소속 상임위인 예산위와 교육·노동위에서 퇴출하는 결의안 표결을 진행해 찬성 230표, 반대 199표로 가결했다.
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그린 의원은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의 주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조작' 주장 등에 동조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다른 발사체라는 음모론을 신봉했고, 과거 17명의 사망자를 낳은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를 규제하려는 세력이 벌인 위장 작전이라고도 주장했다.
지난 2일에는 이 사건의 생존자를 '멍청이'라고 부르고 "그는 완전히 훈련됐고 마치 개와 같았다"라며 비하하는 과거 인터뷰 영상도 공개됐다.
그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총에 맞아 죽어야 한다거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내세웠다.
지난달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언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에선 그를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마저 그린 의원을 '공화당의 암'이라고 불렀다.
결국 민주당은 그린 의원을 상임위에서 물러나게 하는 결의안을 발의해 가결됐다. 공화당 의원 11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린 의원이 배정됐던 예산위와 교육·노동위는 '알짜' 상임위로 여겨진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공화당 지도부가 큐어넌 옹호자, 9·11 음모론자, 총기 난사 생존 학생을 비하한 사람에게 귀중한 상임위 자리를 내준 게 충격적"이라면서 "특히 그런 사람을 교육위에 배정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표결 직전 연설을 통해 "9·11 테러와 학교 총기 난사는 분명히 실재한 사건"이라면서 "내 발언은 과거에 한 것이고 나와 내 신념을 대변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지만 상임위 퇴출을 면치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