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 켈러 '호랑이를 잡을 때'…한국 전래동화서 영감 얻어
엄마는 소설 '군 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20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장편 동화책으로 미국의 아동·청소년 문학계 최고상을 받았다.
미국도서관협회(ALA)는 25일, 지난해 출간된 아동·청소년 도서 중 분야별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면서 테이 켈러(27)의 '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를 '2021 뉴베리 메달'(John Newberry Medal)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1921년 처음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내는 뉴베리 메달은 '아동·청소년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뉴베리상 100번째 수상작이 된 '호랑이를 잡을 때'는 만 8세부터 12세 대상의 총 304쪽 분량으로, 작년 1월 펭귄 랜덤 하우스에 의해 출판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에 대해 "한국 전래동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걸작"이라며 "사랑과 상실, 희망을 생각해보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배운다"라고 부연했다.
켈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주인공) 릴리의 가족이 병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 속의 신비한 호랑이가 나타나 릴리로 하여금 가족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밝혀내게 한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김치와 흑미밥, 이야기를 양분으로 자랐다"고 소개했다.
켈러는 앞서 2018년 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을 펴낸 후 "인종과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켈러의 어머니는 소설 '군 위안부'(Comfort Woman·1997)와 '여우 소녀'(Fox Girl·2002) 등을 쓴 노라 옥자 켈러(54)다.
어머니 켈러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서울에 살다가 하와이로 이주했다.
한편 시카고에 본부를 둔 ALA는 이와 함께 '칼데콧 메달'(Randolph Caldecott Medal), '코레타 스콧 킹 상'(Coretta Scott King Award), '마이클 프린츠 상'(Michael L. Printz Award) 등의 수상자를 엄선해 발표했다.
그림동화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 메달'은 '우리는 물의 수호자'(We Are Water Protectors)의 그림을 그린 알래스카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미카엘라 고드(30)에게 돌아갔다.
1937년 칼데콧 메달이 제정된 이래 미국 원주민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ALA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을 기리기 위해 흑인작가를 대상으로 제정한 '코레타 스콧 킹 상'의 작가 부문 수상자는 '비포 더 에버 애프터'(Before the Ever After)를 쓴 재클린 우드슨, 삽화 부문 수상자는 '리스펙트'(R-E-S-P-E-C-T)의 그림을 그린 프랭클린 모리슨이 각각 선정됐다.
청소년 작가 대상 최우수 작품에 주어지는 '마이클 프린츠 상'은 대니얼 네이예리의 '에브리싱 새드 이즈 언트루'(Everything Sad Is Untrue)에게 돌아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