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난동 사태 후폭풍으로 인해 우군마저 대거 등을 돌리며 이전에 보지 못한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오는 20일 퇴임을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았지만 의사당 내 최악의 폭력사태를 기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선동했다는 책임론이 비등하며 고립무원의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부의 이인자이자 충복으로 통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의회 내 1인자인 미치 맥코넬 연방상원 원내대표 등 핵심 우군 2명이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6일 의회의 당선 확정을 막기 위해 펜스 부통령이 나서라고 압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회 회의를 주재한 펜스 부통령은 자신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폐기할 권한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반기를 들었고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했다.
맥코넬 원내대표도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을 지금껏 지지했지만 대규모 불법성이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의회가 대선 결과 뒤집기에 나선다면 민주주의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이 수년간 복종 끝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했다고 전했고, CNN방송은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행정부 내 주요 인사의 엑소더스가 가시화하고 있다. 정권 임기가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부보좌관이 의회 난입사건과 관련해 사임한 데 이어 국가안보회의(NSC) 실무 총책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도 사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한 펜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국가안보 우려 탓에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주변의 설득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도 북아일랜드 특사직에서 사임했다.
심지어 공화당은 물론 자신이 임명한 내각에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해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계자를 인용해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며칠이라 할지라도 직에 머물 경우 추가 폭력과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다며 25조 발동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완전한 괴물”이라고 비난했고, “제정신이 아니다.”, “도를 넘었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심의 심판도 받았다. 연방 상원 다수석 지위가 걸린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2석 모두 잃으며 대선 패배에 이어 상·하원 공히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임기 말 치욕을 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