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쿵쾅쿵쾅’거리는 느낌이 들어요. 심장이 불규칙하게 ‘탕탕’ 치는 듯해요.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 번이나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생겨요.”
분당 60~100회 뛰는 심장의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것은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부정맥은 돌연사(90%)의 주범이자 뇌졸중(30%)도 유발한다.
부정맥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다. 무질서하게 아주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이 생길 때 재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돌연사의 주범’으로 불리는 심방세동은 전 인구의 2% 정도(100만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율은 매우 낮다.
심방세동은 심장 노화가 주원인으로 나이가 많고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을 때 주로 발병한다. 젊을 때 발병하면 대부분 유전성이나 가족력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최근 유전이나 가족력이 없는 20대라도 만성질환이 있다면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일ㆍ김윤기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전국 성인 남녀 979만7,409명을 8년간 추적한 빅데이터를 연구한 결과에서다. 당뇨병이 있는 20대는 남성의 경우 2.46배, 여성은 2.06배 더 위험했다. 고혈압이 있는 20대 남성은 1.55배, 여성은 2.52배 더 위험했다.
심방세동은 부정맥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기에 더 위험하다. 심방세동이라면 혈전이 잘 생기고 이것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 뇌혈관까지 막을 수 있다.
진은성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못하면 콩닥콩닥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 호흡곤란이 오기도 한다”며 “심장이 파르르 떨리는 심방세동은 심장 안에서 피가 굳는 혈전이 생길 위험이 커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심방세동으로 심장 내에 혈전이 생기면 온몸으로 혈전이 퍼져 나갈 수 있다. 특히 뇌혈관으로 혈전이 흘러가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일으킨다. 심방세동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다가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심방세동은 초기에 잘 억제하면 안정된 상태로 오랫동안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방치하게 놔두면 점점 더 자주, 긴 시간 지속되다가, 가끔 발생하는 형태가 아닌, 종일 지속되는 형태로 변하게 된다.
증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심방세동 진단은 간단하다. 증상이 있으면 심전도 검사로 진단할 수 있고 간헐적으로 나타난다면 24시간 심전도 검사(홀터 검사)로 진단하게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