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개발 첨단 백신'에 안전 우려 제기…임신부도 주의 필요
"부작용 없는 백신 없다…높은 안전기준 충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정말 안전할까.
백신이 등장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을 꿈꿔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갑지만, 맞아도 될 만큼 백신이 안전한지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백신은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이 빠르게 개발됐다.
특히 8일 영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백신기술로는 최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활용한 '핵산백신'이다. 이전까지 mRNA를 활용한 백신이 출시된 적 없다.
'초고속으로 개발된 '최신예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이 '높은 안전기준'을 충족했다고 강조한다.
◇ 영국서 '유사초과민반응'…심한 알레르기 있었다면 맞지 말아야
영국언론에 따르면 9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 2명이 '유사초과민반응'(anaphylactoid reaction)을 보이는 일이 발생했다.
유사초과민반응은 특정 물질에 몸이 과민반응하는 '초과민반응'(anaphylaxis·아나필락시스)과 유사하나 이보다 반응이 작은 경우를 말한다.
문제를 겪은 직원들은 모두 스스로 놓을 수 있는 아드레날린 주사기를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적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10일 백신·의약품·식품에 아나필락시스 전력이 있는 사람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선 안 된다고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과거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이들에게 백신접종을 이미 중단한 상태다.
화이자는 백신 임상시험 시 부작용을 우려해 알레르기를 앓았던 이들을 배제하고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 이력자를 뺀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에서 과민성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0.63%(137명)로 위약을 투약받은 사람(0.51%·111명)보다 약간 비율이 높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을 맞는 환자에게 배포되는 안내문에도 알레르기가 있으면 백신 내 어떤 물질도 투약받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 '백신 안전하지 않다' 쉽게 판단 안돼…"부작용 없는 백신 없다"
이번 일로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라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 당국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신이 안전하다'라는 표현이 어떤 부작용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스티븐 에번스 교수는 BBC방송에 "안전의 뜻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라면 안전한 백신과 약은 없다"라면서 "효과가 있는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은 대표적인 예로 항암제를 꼽았다.
항암제는 탈모와 불임, 기억·수면장애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암을 치료할 수 있으므로 누구도 사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되는 약도 부작용이 있다.
별다른 처방 없이 구매와 복용이 가능한 진통제 이부프로펜도 위와 장에 출혈과 천공을 발생시키고 간을 손상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이 가볍고 다른 백신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이자가 백신을 4가지 버전으로 만든 뒤 부작용이 가장 적게 나온 버전을 택했다고 전했다.
화이자가 영국 보건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접종자 10명 중 1명 이상 꼴로 나올 수 있는 가장 흔한 부작용은 '접종 부위 통증'과 피로, 두통, 근육통, 오한, 관절통증, 발열 등이다.
10명 가운데 1명꼴로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은 '접종 부위가 부풀거나 불게 달아오르는 것'과 구역질이고 최대 100명 중 1명꼴로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은 림프샘이 붓는 것 등이다.
준 레인 MHRA 청장은 화이자 백신이 빠르게 승인됐지만 필요한 절차를 생략한 것은 아니라면서 "출시되는 모든 백신은 똑같이 높은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FDA 자문위원회는 8일 화이자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자료를 확인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안전성이 양호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 임신부는 접종 주의…청소년엔 권장되지 않아
다만 백신접종 시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화이자 백신은 임신부와 청소년에 안전한지 검증 안 됐다.
화이자도 "현재 임신부 백신접종과 관련된 자료가 제한적"이라면서 "임신했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경우, 출산 후 수유 중인 경우엔 의료진에게 말하고 백신을 맞고 2개월 안에는 임신을 피하라"라고 설명한다.
16세 미안 어린이는 백신을 맞지 말라고도 권고한다.
FDA 자문위도 "현재로서는 16세 미만의 어린이와 임산부,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 들 특정 집단에도 백신이 안전한지 판단하기엔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발생확률이 아주 드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은 4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백신과 위약 접종자가 절반씩이었다. 즉 2만여명 중 1명꼴로 나오는 부작용은 확인이 됐다고 쳐도 그보다 확률이 낮은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정보가 없는 셈이다.
계절독감 백신도 90만명 중 1명꼴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100만명 중에 1명의 확률로 바이러스 감염 후 다발성 신경염이 일어나는 '귈랑-바레증후군'을 부를 수 있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미국에서 구완와사, 즉 안면신경마비(Bell's palsy)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보건당국은 전체 임상시험 참가자 중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보인 사람 비율이 안면마비 유병률(인구 대비 발병자 비율)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고 영국 보건당국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믿어도 되나…운송 중 변질될 가능성은
임상시험을 믿을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다른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9월 원인 불명의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키로 하고도 FDA에 이를 밝히지 않았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커졌다.
백신이 운송·보관 중 변질할 가능성도 걱정거리다.
화이자 백신은 효과와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영하 70도에서 운송·보관돼야 한다. 한 번 해동된 뒤엔 냉장고(영상 2~8도)에서 닷새까지만 보관할 수 있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보단 낫지만, 영하 20도에서 운송·보관돼야 한다.
운송·보관 중에 '초저온'이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다른 방식으로 개발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은 온도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그래도 냉장보관이 필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