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에 쏘니(손흥민) 아니면 제가 페널티킥을 차도록 정해졌는데 쏘니가 양보해줬다.”(개러스 베일)
득점에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은 동료와 팀 승리를 먼저 생각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선두’ 토트넘은 4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린츠의 린처 슈타디온에서 열린 LASK 린츠(오스트리아)와 2020-2021 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5차전 원정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무승부로 토트넘(3승1무1패·승점 10)은 조별리그 1경기를 남겨놓고 최소 조 2위를 확보하며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토트넘은 오스트리아 원정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조제 모리뉴 감독은 린츠와 경기에 앞서 해리 케인, 카를루스 비니시우스, 세르히오 레길론, 에리크 라멜라 등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다고 예고했다. 케인, 비니시우스, 레길론의 부상 부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린츠와 무승부만 거둬도 유로파리그 32강에 오르는 상황에서 모리뉴 감독은 무리해서 원정길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특히 한국시간으로 7일 새벽 아스널과 2020-2021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홈경기까지 앞두고 ‘선두 지키기’가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린츠전에 ‘전력투구’할 이유가 없었다.
모리뉴 감독의 믿을 구석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후반 교체출전을 예상한 영국 언론들도 있었지만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4-2-3-1 전술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시키면서 해결사 역할을 맡겼다. 측면 공격에는 루카스 모라와 개러스 베일을 배치했다.
이날 토트넘의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전반 42분 만에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먼저 실점하며 끌려갔다.
전반 추가시간 토트넘은 상대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고, 베일이 키커로 나서 동점골을 뽑았다. 후반 11분 마침내 손흥민의 발끝이 불을 뿜었다. 탕귀 은돔벨레의 전진 패스 상황에서 손흥민은 린츠 최종 수비 사이로 빠르게 질주한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팀의 추가 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 12호골(정규리그 9골·유로파리그 3골)이었다. 지난달 22일 맨시티전 득점 이후 3경기 만에 터진 손흥민의 득점포였다.
후반 39분 재동점골을 내준 토트넘은 후반 41분 델리 알리의 페널티킥으로 승리를 잡는 듯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재실점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3-3으로 비긴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모리뉴 감독으로서도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 원톱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아 골까지 터트린 손흥민의 활약이 고마울 따름이다.
손흥민의 활약은 득점으로 끝나지 않았다. 손흥민의 ‘숨은 헌신’은 경기가 끝난 뒤 베일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베일은 이날 페널티킥으로 자시의 커리어 200호골(프로통산 167골·A매치 33골)을 달성했다.
베일은 경기 직후 토트넘의 ‘스퍼스 TV’와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얽힌 페널티킥 키커에 대한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경기 전에 라커룸의 화이트보드에 페널티킥 키커로 저와 쏘니(손흥민) 가운데 한 명이 맡는 것으로 쓰여 있었다”라며 “쏘니가 기꺼이 페널티킥을 양보해줬다. 페널티킥을 차게 돼 기뻤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정규리그 1골 밖에 없는 베일의 사기를 올려주는 차원에서 욕심을 버리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베일의 ‘커리어 200호골’ 작성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