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금 색다른 추수 감사절을 보낸 가정이 많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멀리 있는 부모나 친척을 찾는 대신 집안의 가족과 소규모 모임을 가진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추수감사절을 함께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미국인이 대다수라는 설문 조사 결과가 최근 소개됐다. 설문 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이 가족 외에도 건강, 친구, 추억, 자유 등 ‘물질’이 아닌 대상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여론 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가 최근 미국인 약 1,200명을 대상으로 ‘무엇에 감사한가’란 주제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84%가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약 69%는 건강, 약 63%는 친구, 약 63%는 추억 등을 감사 대상을 꼽았다.(중복 응답 포함). 응답자들 이 밖에도 개인 자유(약 53%), 안정적인 삶(약 47%), 재미있는 경험(약 45%), 기회(약 42%)에 감사한다며 다양한 ‘감사거리’를 내놓았는데 비물질적인 감사 대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부’(Wealth)에 감사한다는 답변은 약 21%로 전체 답변 중 가장 적었다.
‘누구에게 감사한가’라는 질문에는 가족(약 68%)과 하나님(약 67%)에게 감사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답변이 약 42%였고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응답자는 약 16%를 차지했다.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미국인은 4년 전 조사 때(약 8%)보다 약 2배나 증가했는데 젊은층일 수록 이 같은 답변 비율이 높았다.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비율은 18세~34세 응답자 중 약 24%로 가장 높았고 35세~49세(약 19%), 50세~64세(약 9%), 65세 이상(약 6%)과 같이 고령일수록 낮았다.
한편 지난 11월 26일 열린 2020 온라인 밀알의 밤 행사에서 간증한 이지선 교수(한동대 사회복지학과)도 감사의 소중함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지선아 사랑해’란 책으로 잘 알려진 이 교수는 20년 전 여름 발생한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게 됐다. 화상으로 당시 아리따웠던 여대생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피부의 55%를 손실했다. 절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을쯤이면 수술을 받고 그리운 집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갑자기 터진 의약분업 사태로 수술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가을은커녕 첫눈이 내려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수술 일정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진통제 밖에 없었고 힘들다는 말도 하기 힘든 시기를 보내던 어느 날 이 교수의 병실로 크리스마스카드가 한 장 두 장 날아들기 시작했다.
학교 친구, 교회 친구, 평소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친구는 물론 모르는 사람들한테서도 회복을 기도한다는 응원의 내용의 담긴 카드들이었다. 눈만 뜨면 보고 싶어서 병실 벽면에 한 장씩 붙여나가기 시작한 카드가 어느덧 벽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도착했다. 결국 2월이 돼서야 수술을 받고 기나긴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 이 교수. 20년이 지금 아직도 화상의 흔적은 지울 수 없지만 정상인보다 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 교수는 “내 인생이 끝없는 동굴로 들어서는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터널의 끝을 향해 가는 것이었다”라며 “감사한 것을 찾을 수 있어서 영혼의 깜깜한 밤을 지날 수 있었다”라고 감사의 힘을 나눴다. 이 교수는 또 “하나님의 회복과 치유의 능력은 누군가의 손과 마음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다”라며 “인생의 고난과 환난을 겪고 있을 사람들이 어딘가에 손 잡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원한다”라고 격려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