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으로
우울증 2~3배 높아져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하다. 다리가 근질근질하거나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든다. 다리를 쥐어짜거나 다리가 타는 듯하다. 주로 저녁이나 잠들기 전에 이같이 다리에 불쾌한 느낌이 들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 같은 증세가 계속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학적 상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불면증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도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환자의 상당수가 정보가 많지 않아 단순 불면증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손ㆍ발 저림 또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하지정맥류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을 전전하기도 한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 치료를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 이들 중 하지불안증후군 환자가 많다”며 “잠이 들기 전 지속적으로 다리 쪽에 이상 감각 또는 통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은 6.5~8.3%로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적지 않다. 조규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30~50세에 흔하게 나타난다”며 “불면증의 주원인이지만 잘 모르고 수면제 처방만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치료는 혈액 검사로 저장철 수치를 확인해 낮다면 빈혈이 없더라도 철분 제제가 도움이 된다. 저장철 수치가 정상적이고 증상이 심하면 항경련제ㆍ도파민 효현제 등으로 약물 치료를 한다. 저장철 부족으로 인해 하지불안증후군이 생겼다면 철분제를 먹으면 대부분 완치할 수 있다. 조규호 교수는 “치료를 하면 70~80%의 환자가 증상이 좋아지며 불면증도 개선된다”고 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침대에 오래 눕지 않으며 카페인 섭취와 과음을 피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