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긴 여정이었지만 마침내 꿈을 이뤘습니다. 저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일반 명문대인 UCLA를 나와 갖은 역경을 딛고 미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이룬 한인 2세 조슈아 김씨의 목소리에서는 아직도 흥분과 기쁨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지난 23일 텍사스 래플린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 공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김씨는 미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실버윙 배지와 함께 수석 졸업의 영광을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F16 전투기 조종사로 선발돼 이제 어엿한 최강 미 공군의 어엿한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꿈을 이뤄냈다.
특히 이날 수료식에서는 미 해군 대령 출신의 아버지 시드니 김(한국명 김상준)씨가 아들에게 직접 실버윙을 달아줘 공군 관계자들과 참석자들로 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UCLA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해 공군 ROTC로 조종사의 꿈을 키웠던 조슈아 김씨가 조종사를 꿈꾸는 미 공사졸업생들도 어렵다는 전투기 조종사 선정에 수석 졸업의 영예를 얻기까지는 그 과정을 결고 쉽지 않았다.
김씨는 2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나온 여정을 생각하면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 직전에 안과적 문제로 조종사 지원을 할 수 없었을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던 것이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 해군에 복무 중이던 아버지 시드니 김 대령이 근무하던 스페인 미 해군기자에 태어난 김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9번이나 전학을 해야 했고, 대입을 앞둔 고교시절에만 두 차례나 학교를 옮기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어버지 시드니 김 대령이 근무하던 한국에서 결국 고교를 마친 김씨는 미 공사와 해사, UCLA 등 3곳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전액장학금을 제시한 UCLA에 입학했다.
공군 ROTC로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던 3학년때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시력 20-20이던 김씨가 안과적 문제로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공군측의 통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공군측의 제안으로 입학한 공군공과대(AirForce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면서도 조종사의 꿈을 놓지 않았다. 끊임없이 공군측에 조종사 자격여부를 타진하며 신청서 제출을 반복하던 김씨는 마침내 ‘메디컬 웨이브’ 통보를 받고 공군 조종사의 길에 입문할 수 있었다.
아버지 시드니 김 예비역 대령은 “아들 조슈아에게 다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기적같았던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뛸 정도로 기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버지 김 대령은 지난 2010년 동부 17개 해군병참부서를 총괄하는 ‘동부 해군 병참부’(CDMA East Region) 사령관에 임명돼 한인으로서는 미 해군 최고위직에 올라 한인사회에도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다.
김 대령은 “조슈아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강한 아들이지만 엄마 헬렌의 헌신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부인 헬렌 김(한국명 박현경)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김 대령은 “내 아버지 그러니까 조슈아의 할아버지도 한국전 당시 해병으로 전투에 참가했다. 한국 해병인 할아버지, 미 해군 출신인 아버지에 이어 조슈아가 미 공군 조종사가 됐으니 3대가 군인인 가족이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래플린 공군비행학교를 졸업한 조슈아 김씨는 이제 텍사스 샌아토니오 켈리공군기지에서 7개월간 F16 비행 훈련을 마친 뒤 한국 등 해외 미군기지에 배치돼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게 된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