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모양 변형은 연골 손상을 의미
노화로 인한 현상, 방치는 금물
나이가 들면 몸에 다양한 변형이 생긴다.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거나, 허리가 기역(ㄱ)자형으로 굽어지거나, 발가락이 시옷(ㅅ)자형으로 변형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무릎이 O자형으로 휘어지면
나이가 들면 무릎이 점차 안쪽으로 휘어 다리가 O자형이 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정훈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생기는 다리 모양 변형은 짧은 기간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연골 손상을 유발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엉덩이관절부터 무릎, 발목을 잇는 축만 바로잡아도 인공관절 수술을 늦출 수 있으므로 무릎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당연한 증상이라고 여겨 방치하지 말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 정도의 공간이 남을 정도로 무릎이 심하게 벌어졌다면 이미 관절염이 말기로 진행되고 통증도 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인공관절 수술로 관절 기능을 회복하고 다리를 곧게 교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뼈의 최소 절삭 범위와 정확한 인공관절 삽입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정밀한 계산 값을 제공해 수술 오차를 줄일 수 있으며 무릎 주변 연부 조직 손상을 줄여 수술 후 통증 감소와 회복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돼 고령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역(ㄱ)자’로 허리가 굽는다면
퇴행성 변화로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떨어지면 척추를 지탱하는 허리 인대와 근력이 약해지면서 허리를 펴고 버티기가 어려워진다. 허리가 자연히 구부러지게 된다. 단순한 근력 약화 때문이라면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척추 질환으로 인해 허리가 굽어질 때다. 만약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엉덩이와 다리가 저린 증상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노화로 인해 점차 탄력을 잃고 비대해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지고, 그 안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줄기 때문에 걸을 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으로 허리를 펴기가 어렵고 마비까지 올 수 있으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골밀도가 낮아진 골다공증 상태에서 가벼운 충격이나 낙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척추압박골절도 흔하다. 골절로 척추 뼈가 주저앉아 허리가 굽어지는데 추가 골절 위험이 높으므로 반복적인 골절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골절 정도가 경미하면 약물 치료와 침상 안정으로 호전될 수 있고, 증상이 심하면 척추 뼈에 가느다란 주사 바늘로 특수 골 시멘트를 주입해 상태를 복원하는 척추성형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함께 칼슘ㆍ비타민 D을 충분히 섭취해 골밀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가락이 시옷(ㅅ) 자처럼 변형되면
무지외반증은 흔히 하이힐이나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는 젊은층 여성에게 흔한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노년층의 무지외반증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0대 이상 무지외반증 환자가 2015년 1만6,326명에서 2019년 2만3,240명으로 42%나 증가했다. 무지외반증 전체 환자 수가 8% 증가(2015년 5만6,815명, 2019년 6만1,554명)한 것에 비하면 증가 폭이 크다. 노년층 환자 증가는 갑자기 나타났다기 보다 젊을 때부터 생긴 발의 변형을 방치했다가 뒤늦게 통증으로 치료를 시작할 때가 많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휘어지면서 아래 부위가 돌출된 상태로,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닿으면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면서 발가락의 모양이 시옷(ㅅ)처럼 보이게 된다.
통증이 없다면 변형을 교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발가락 변형으로 인해 몸의 중심축이 변화한다면 무릎이나 골반, 척추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 통증으로 큰 신발을 신으면 걷다가 넘어지는 등 낙상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통증을 참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통증 정도나 휘어진 각도에 따라 보조기나 특수 신발 착용 등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뼈를 깎아 휘어진 각을 교정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