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남가주 지역의 이민 구치소에서 한인들을 포함한 수감자들의 인권 유린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18일 LA타임스는 불법체류 신분을 이유로 ICE에 체포돼 샌버나티도 카운티의 아델란토 이민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성추행을 당했지만 당국의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는 한인 이모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아델란토 이민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한인 이모(38)씨는 지난 6월3일 구치소 내 같은 감방을 사용하는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한국에서 여행비자로 미국에 와 오버스테이를 하다 당국에 체포돼 이 이민 구치소에 수감됐었다.
신문에 따르면 이씨는 하루 22시간 동안 같은 감방 안에서 두 명의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는데, 이 중 벨리즈에서 가족 10명을 살인청부한 혐의로 수감돼 있던 남성이 이씨가 자는 도중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LA타임스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씨는 당일 잠을 자는데 남성이 손으로 이씨의 바지를 벗겨 엉덩이와 주요 부분을 만져 이씨는 놀라 깨는 일이 있었고, 다음 날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시도했지만 아델란토 이민 구치소 내에서는 911에 신고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이씨가 구치소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구치소 측은 보고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았고, 절박했던 이씨는 당시 이민 구치소 내 코로나19 사태 관련 이슈를 조사 중이던 변호사를 통해 가까스로 샌버나디노 셰리프국에 신고를 접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셰리프국이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당시 이씨와 같은 감방에 있던 나머지 1명의 수감자가 이씨가 잠든 사이에 성추행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이씨는 LA타임스에 “그 일을 겪고 나서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져 다음 날 바로 보고를 했지만 구치소 측은 상대방 이감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그날 이후 같은 방을 쓰는 매일이 악몽이였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35파운드가 빠지고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정신과의사에게 이 안에서 죽고싶지 않다고 애원하는 편지도 썼다고 한다.
이후 이씨의 증인은 지난 6월22일 강제추방을 당했고, 일주일 후에 검찰은 증거부족으로 사건에 대한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LA타임스는 이씨의 사례와 같이 이민 구치소 내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제대로 취해지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주 내 4곳의 민간 운영 이민 구치소에서는 폭행 및 학대 등 수감자 인권유린 신고가 최소 265건 접수됐는데 이중 3건 만이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자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