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그러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커지게 마련이다. 전체 돌연사의 80~90%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다. 급성 심근경색을 ‘돌연사의 주범’으로 부르는 이유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이자 국내에서는 암에 뒤이어 사망률 2위다. 이 같은 치명적인 위험 때문에 세계심장연맹(WHF)은 2000년부터 매년 9월 29일을 ‘세계 심장의 날’로 제정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심근경색, 즉시 치료해도 30~40% 사망
심장에 산소와 영영분을 공급하는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관상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 같은 기름 찌꺼기가 쌓인다(동맥경화). 이로 인해 혈류가 잘 흐르지 못하면 협심증이 되고, 좁아진 혈관이 혈전으로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이다.
이처럼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가슴 통증이 생긴다. 협심증은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10분 이내 통증이 사라진다. 하지만 심근경색은 쉬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30분 이상 지속되며, 가슴을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것처럼 통증이 아주 심하다.
또 가슴 한가운데나 왼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나 목, 팔로 퍼져나가며 두근거림, 식은땀, 구역질,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도 생긴다. 게다가 급성 심근경색은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병할 때가 많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도 심하지 않으면 평소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또 증상이 사람마다 달라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관용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즉시 치료해도 사망률이 30~40%가 넘고, 증상이 심각하면 1~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극심한 가슴 통증이 지속되면 최대한 빨리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식생활 서구화로 40대부터 늘어
심근경색 발병률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고령 인구 증가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심근경색은 40대부터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협심증 병력이 있거나, 흡연자ㆍ당뇨병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 환자 등은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므로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가족이나 친지 가운데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가족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심근경색 위험도가 2.1배로 증가하고, 두 명 이상이면 3배로 늘어난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40대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에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수면 무호흡도 중요한 유발 요인이기에 심혈관 질환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급성 심근경색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은 흡연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ㆍ고혈압ㆍ당뇨병 등이다. 가족력이 있어도 3~4배로 늘어난다. 이 교수는 “자신이 위험 요소가 많고 가슴 통증이 있다면 선별 검사해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 부하ㆍ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심근경색을 알아내기 위해 관상동맥조영술(관상동맥에 조영제를 넣어 관상동맥이 막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을 시행한다. 혈관이 막혔다면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한다. 손목이나 대퇴부를 국소 마취한 뒤 이 부위 동맥에 도관 삽입관을 넣어 가늘고 긴 도관을 관상동맥 입구에 놓고 시술한다. 심장을 열고 수술하는 기존 관상동맥우회술보다 회복 기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심근경색 수술 후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를 먹는다. 하지만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나 경험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 아스피린이 혈소판 작용을 억제하므로 출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8년 발표된 대규모 ASpE 연구에 따르면 1만9,114명의 70세 이상 건강한 노인에게서 1일 100㎎ 아스피린 복용은 주요 심혈관 질환의 유의한 반응을 줄이지 못한 반면 출혈 위험은 38% 증가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