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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숲의 유랑(流浪)

지역뉴스 | | 2020-08-22 16:16:43

칼럼,행복한아침,김정자,숲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산은 7월에 가야 제맛이라 했다. 팬데믹으로 그냥저냥 머뭇대느라 이제사 훌훌 털어내고 차타후치 Oconee National Forests 숲 나들이를 나섰다. 생기 가득한 바람결, 짙푸른 산림과 초원, 맑고 푸른 하늘. 산뜻한 자연이 배설되어 있는 것만으로 최상의 행복을 누리기에 족하다. 혼란과 고통과 불안이 극심한 세상인데도 초록은 예사롭듯 찾아들고,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꽃들도 만발해있다. 수천 마일의 개울과 강. 850마일의 트레일 코스며 수십개 캠핑장, 피크닉 파빌리온이며 국유림 자원이 제공되고 있다. 발품을 팔기만 하면 우람한 폭포에다 아담하고 정겨운 폭포들을 만날 수 있고, 크고 작은 호수에서 낚시, 보트타기,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깊음이 보존된 삼림 속에 잠기다보면 세상과 별리된 유유한 한가로움이 아늑히 밀려든다. 자연경관을 통한 유일하고 이상적인 탈출구 마련이 허용되는 시간이다. 우거진 나무들의 공동체가 천혜로 주어진 질서 원리를 지켜내고 있다. 창조주의 끝없는 베푸심을 입은 수림이라서 인간 헤아림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법칙과 질서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한데 어쩌면 숲도 때로는 어디로든 훌쩍 한 번쯤은 흘러가고 싶은 유랑(流浪)의 발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천연림의 즐비를 만끽하며 누리고 구가하면서도 어디로든 훌쩍 한 번쯤은 흘러가고 싶기도 하겠다 싶다. 나무도 꽃들도 바위도 계곡도 변함없이 늘상 제자리를 지켜왔었으니까. 단풍으로 온몸을 뜨겁게 태우고는 낙엽 되어 산기슭을 휘돌며 유랑하는 가랑잎 마음을 알듯도 하다.

창백했던 꽃나무들도 저마다 고유의 꽃색으로 화려한 치장이 난만했었는데 그 화사했던 꽃잎이 낙화를 서두르고 연록의 새옷으로 갈아입으면 꽃잎의 유랑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나비의 유랑을 부러워했던 꽃잎이었기에 어디든 멀다 할까. 바람이 실어주는 대로 한껏 멀리 멀리 유랑길을 떠났을 것이다. 산수유 노란 꽃잎도 낙화 시간을 꼽고 있었을 것 같다. 조팝나무는 튀밥같은 하얀 꽃을 두런두런 피워내면서 닿을 수 있을 그 곳까지의 유랑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나무는 송화가루로, 이름모를 나무들의 꽃가루도 유랑의 몸부림이었나 보다. 짙은 숲내음으로, 피톤치드로 숲의 유랑은 인류를 보살피고 품어주는 일로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개울 곁 느릅나무도 개울의 유랑에 몸을 싣고자 푸른 나뭇잎 하나 개울에 띄운다. 숲의 유랑은 그렇듯 긴 유랑의 길을 나서보는 것이리라. 철없는 유랑길에도 더는 흘러갈 수 없을 개울 끝까지 당도해보고 싶은 바램들을 칭송해주고 싶다.

산 내음에 취한 바람소리 물소리, 잎의 사각거림이 한꺼번에 숲을 감돌듯 유랑(流浪)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 같다. 팬데믹 칩거 중이라 유랑이란 말이 떠오르는 순간 단숨에 마음이 밝아진다. 도심에선 느끼지 못했던 서슬인데 단어 하나로 이러한 평안을 향유할 수 있다니. 삶의 무게로 부르튼 발등 위에도 꽃내음 유랑이 나붓이 내려앉았으면 좋으련만. 만개 했을 적에 품어놓았던 향기로움을 소시민들의 마음 마음에 가득 가득 채워주었으면. 밝음을 더불을 수 있도록 숲의 유랑이 번져나서 고단한 삶이 견인되고 조금이래도 가벼워지기를. 실직과 외로움에 떨고있는 눈물 위에 숲의 유랑이 따뜻하게 내려 앉아 주었으면. 모든 생명들의 평화와 행복 위에도, 코비다19 병상 위에도, 불안한 미래가 불러들인 고독한 마음들에도 살아야하는 또렷한 이유를 붙들 수 있기를 소원드린다.

유랑이라는 말이 주는 포괄적인 편안함이 무리없이 마음챙김을 도와준다. 산천초목에 담겨있는 예술성을 발견해내는 마음 흐름이 유랑의 본질적 바탕이 아닐까. 울창한 수림이 품고 있을 유랑이란 감각의 재생에서 미쳐 몰랐던 만상 본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우칠 수 있음이 태초의 순수를 향한 그리움이리라. 숲은 스스로 그러하듯 억지나 거짓이 없음이라서 인생들의 상처나 편견의 회복까지도 모난데 없는 숲의 언어로 다독여 준다. 싱그러운 풀내음 마저도 위로를 얻기까지 한결같음으로 수습하듯 품어준다. 인간의 무지로 함부로 대함을 당하지만 피톤치드는 여전히 싱그럽게 발산되고 있다. 울창한 숲에 들어서면 언젠나이듯 옷깃을 여밀 만큼 엄숙이 서려있어 몸가짐도 조신스레 삼가해지고 발걸음까지도 숙연해진다. 돌뿌리 나무뿌리를 피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더딘 걸음으로 산길을 더듬듯 걷는 모습이 마치 하늘로부터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자세 같다고 우리집 할배가 말미를 풀어낸다. 이렇듯 고개를 숙인체 자연의 겸손과 정교한 협업과 민감한 균형 유지를 배우며 깨우쳐가며 세상을 살아가자고 깊은 심호흡으로 심혼을 가다듬는다. 유토피아 같은 원시림 속에서 덤부렁듬쑥한 숲의 유랑을 담숙하게 누려보았다. 숲의 청정함을 마음껏 호흡하고 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긴체 유랑하듯 도심속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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