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연기됐다. 미국 대선이 두 달 보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 모두 시간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5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 화상으로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베이다이허 회의로 연기됐다. 현재로서는 새 날짜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8월 즈음 전현직 지도부가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에 모여 비공개로 주요 현안을 논의하지만 날짜가 공개되지는 않는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계속되면서 점검회의도 지연된 것”이라며 “미중 무역합의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문제가 있어 점검회의가 미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대선이 주요 변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굳이 점검회의를 열고 추가 협상을 할 이유가 적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미국산 농산물과 물품을 수입하며 시간을 끄는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많은 것을 구입하고 있다. 그들은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며 “중국이 지난주 옥수수 구매 역사상 이틀간 가장 많은 양을 샀다. 많은 양의 대두와 육류도 구입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중 무역합의가 의미 없다고 한 데서 또다시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1단계 무역합의가 대선에서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팜벨트(중부 농업지대)’ 표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어느 정도 수입을 계속해주기만 하면 굳이 먼저 나서 합의를 깰 필요가 없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무역합의로 중국은 올해 미국 상품을 1,727억달러어치 사기로 했고 6월 기준 목표치는 863억달러였지만 현재 402억달러 상당의 물품만 수입했다. 이행률은 46.5%에 불과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회의 연기로) 중국이 계속 미국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증가하는 요구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에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다. 실제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홍콩과 대만의 우선순위가 더 높아 당분간은 무역합의로 미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당분간 미중 간 갈등 수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틱톡에 이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더 많은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