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민족주의 사상이 높은 미국인일수록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 증가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경고성 내용의 보고서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사무엘 페리 교수팀이 지난달 26일 종교 관련 저널 ‘사이언티픽 스터디 오브 릴리전’(Scientific Study of Religion)에 발표한 보고서는 약 1,225명의 기독교인을 기독교 민족주의 유형별로 분류한 뒤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 성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식당에서 외식, 10명 이상의 모임 참석, (재택근무가 아닌) 외부 근무 여부와 같이 방역 수칙에 어긋나는 ‘부주의한 행동을 최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반대로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사용, 손 씻기 등 ‘최근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얼마나 자주 지켰는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방역 수칙 준수 성향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또 ‘연방 정부가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선포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기독교 가치관을 옹호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교회와 국가를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공립 학교에서 기도를 허락해야 한다’와 같은 진술에 높은 점수를 준 응답자를 기독교 민족주의 사상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기독교 민족주의 사상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부주의한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예방 수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기독교 민족주의가 코로나19 방역 수칙과 관련, 부주의한 행동을 유도하는 첫 번째 변수”라고 크리스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의 결론을 설명했다.
반면 기독교 신앙을 지니고 있지만 기독교 민족주의 사상이 낮은 경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교회 예배에 자주 출석하고 기도를 자주 하거나 민족주의와 상관없이 종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 수칙을 잘 따른다”라며 “종교적 헌신과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부주의한 행동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저명한 신학자인 존 파이퍼 목사도 최근 기독교인들에게 과도한 애국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파이퍼 목사는 지난달 초 자신이 진행하는 팟 캐스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에게 보다 조국, 민족, 가족에게 더 애착을 느껴서는 안 된다”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다른 어떤 가까운 시민이나 정당 회원, 형제자매 보다 영원히 더 가깝게 연합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