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가짜라고 폄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역협정을 개정하고 미국산 구매를 더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가 국내 투자를 넘어섰고 지난해 제조업은 사실상 침체에 빠졌다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산으로 인정받는 제품의 범위를 좁히고 미국인이 만든 상품을 미국 배를 통해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무역협정 개정과 신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한다. 원자재를 포함해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와 같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핵심 원료를 공급받는 방안도 검토한다. 바이든 캠프는 “동맹국과 협력해 공급망을 보호하고 경쟁자들이 무역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때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의 수출능력을 더 높여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정권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통상압력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시 지금까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막판 뒤집기를 하기 위해서는 ‘팜벨트(중부 농업지대)’의 백인과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들의 표가 필요하다. 무역적자 축소와 일자리 확대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유럽연합(EU)의 랍스터 관세를 이유로 EU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철강과 타이어 등 주요 제조업 분야의 반덤핑 조사를 수시로 벌이고 있다. EU를 포함해 각국이 구글 같은 미국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대규모 보복에 나설 예정이다. 반중 경제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통해서도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찾을 확률이 높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요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어 △경기회복 △중국 대응 문제로 압축되고 이중 경제가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의 노동자 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전 부통령 모두 미국 산업보호와 수출확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귀환)을 강조하고 있어 국내 제조업체들도 미국에 추가 공장 설립을 요구받을 수 있다. 대만의 위탁생산 업체 TSMC만 해도 미국의 압박에 화웨이와 거래를 끊고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도 삼성에 비슷한 요구를 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