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교를 재개하는 학교에 재정 지원을 약속했는데도 각 학교는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경기를 되살리려 등교를 강행하려 하지만 각 학교는 이를 거부한 채 여전히 등교보다 온라인 수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게 이유로 꼽히지만 알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등교 재개를 관철할 권한이 거의 없다는 게 진짜 속사정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교육 예산을 주, 시, 카운티 등 지역 당국에서 관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방 정부로서는 대통령의 재정지원 약속을 현실화할 카드가 사실상 없다.
그간 공화당이 수십 년에 걸쳐 학교와 관련한 결정은 지역 및 주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도 이제 와서는 교육부의 발목을 잡게 됐다.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전날 가을 학기부터 등교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지만, 국회에서는 즉각 찬물을 끼얹었다.
교육 예산을 총괄하는 하원 세출위원회 소속 로사 드로로(민주당) 의원은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기를 바라지만, 그만큼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면서 "일부 주에서는 바이러스가 아직 통제 불가한 상태인데, 여기에서는 교육부 장관의 말만 믿고 등교 재개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잠시나마 등교 재개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던 학교들마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온라인 수업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공립학교들은 한때 디보스 장관으로부터 등교 수업의 모범 사례로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주5일 등교 수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전날 하루에만 1만5천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학부모들은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최대 5일 등교 수업을 강행할지, 온라인 수업으로 선회할지 15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주요 대도시는 가을 학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는 전면 원격 수업으로 가을 학기를 시작하겠다고 이날 발표했고, 뉴욕시는 대면·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DC에서는 일부 학교가 온라인 개강을 검토 중이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주 2∼3일 등교하되 나머지는 재택 수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