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반적인 ‘메릿 시스템’ 도입과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수혜자 신분 구제 등을 포함하는 대대적인 이민제도 개혁을 위한 행정명정을 다음달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메릿-베이스 이민 시스템’ 확립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패니시 방송인 텔레문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에 따라 몇 주 내에 커다란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며 “특히 DACA도 이번 행정명령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메릿 시스템 개혁안은 이민 신청자의 기술과 학력에 따라 이민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민 시스템을 연쇄 이민이 이뤄지는 가족초청 이민 부문을 대대적으로 줄이는 대신 고학력자 취업이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이같은 이민 개혁안을 계속 주창해왔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이 주도해 내놓은 백악관의 합법이민 개혁안은 가족이민 보다는 고학력과 숙련직 이민자를 선호하는 메릿 베이스 시스템에 현재 30여개로 구분되어 있는 미국 비자 시스템을 185개로 세분화해 관리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추첨 영주권 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이번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DACA 수혜자 신분 서류미비 청소년들이 시민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체류신분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계 표심을 의식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런 그의 발언은 다카 제도 폐지를 시도한 연방 정부의 그간 움직임과 배치된다. 다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소년들이 신분에 대한 불안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는 이른바 ‘드리머(Dreamer)’는 현재 한인들을 포함해 약 70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지난달 연방 대법원은 다카를 폐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인터뷰 방영 후 공화당 중진인 테드 크루즈 연방상원의원은 즉각 트위터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사면을 확대하려 한다면 큰 실수일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백악관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사면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미국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메릿 베이스 이민 시스템을 수립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국경보안 강화와 메릿 시스템 개혁과 함께 연방 의회와 협력해 DACA 수혜자들의 시민권까지 포함시키는 해결책을 마련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러나 불체자 사면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