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심‘음악 축제의 날’… 마스크·거리두기도 무시
독일서는 코로나 통제에 불만 폭발… 수백명 폭동·약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먹고 마시고 춤추다.”
전국적인 ‘음악축제의 날’이었던 지난 21일(현지시간) 저녁 파리와 리옹 등 프랑스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매년 여름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정부가 거리에서 10명 이상의 단체 회합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파리의 생마르탱 운하 주변과 마레 지구 등 소위 ‘힙’한 지역들에서는 수천 명의 인파가 좁은 골목길에 모여 DJ가 틀어주는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며 춤과 술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BFM 방송과 프랑스텔레비지옹 등 프랑스 방송사들이 보도한 영상들을 보면 축제 인파 속에 마스크를 쓴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한 프랑스 여성은 프랑스3 채널과 인터뷰에서 흥에 겨운 목소리로 “예방 수칙 같은 것은 분명히 아무도 안 지키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여성은 “축제를 하지 못한지 석 달이 됐는데 젊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싶어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탈세 범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병보석으로 풀려난 71세의 우파정치인 파트리크 발카니도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했던 파리 근교 도시의 도심에서 주민들과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그는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축제를 즐기는 사진까지 올려 비난을 자초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이처럼 조심성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발레리라는 이름의 프랑스인은 페이스북에서 “당신들 인생을 갖고 뭘 하든 상관없지만 당신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라. 많은 사람이 가까운 존재들을 코로나바이러스로 잃은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의료진도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했다. 수도권에서도 가장 많은 코로나 중증 환자를 치료해온 파리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의 질베르 드레 박사는 “수백만 명이 석 달 동안 (봉쇄조치로) 일을 하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내일 다시 확산하면 음식점과 카페, 호텔들을 다시 닫아야 한다. 이 음악 축제를 꼭 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파리 생마르탱 운하와 앵발리드, 낭트 등지에서는 결국 대기하던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면서 축제 인파의 강제 해산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만377명이며 이 가운데 2만9,640명이 숨졌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통제조치가 일부 유지되고 있는 독일에서 최근 경찰을 상대로 한 집단 폭력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 밤 바덴-뷔르템부르크주의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 수백명이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은 경찰이 17세 마약 소지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있던 200여명이 경찰에 돌과 병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경찰이 추가로 출동해 이를 저지하려 했지만, 충돌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20명이 다쳤고 경찰차 12대가 파손됐다. 폭동에 가담한 일부 시민은 40여개의 상점 창문을 부수고 휴대전화 매장 등 9개의 상점에서 물품을 약탈했다.
경찰은 폭동을 일으킨 이들이 대부분 술에 취한 남성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300명의 인력을 투입했고, 다음날 오전 4시30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완전히 통제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이날 오피니언에서 “수 주 동안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제한조치에 대해 경찰을 상대로 불만을 느끼다가 슈투트가르트에서 폭력으로 변했다”면서도 “특수한 조건에서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