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민자가 최대 1,000만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이민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업 증가와 동시에 의료보호 제도에서도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시민권이 없어 공공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들도 수백만명이나 된다.
11일 비영리 싱크탱크 이민정책연구소(MPI)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실업률이 17.5%로 급증한 4월 무보험 비시민권 이민자가 9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감염병 사태 전 실업률 4% 당시 이 수치는 770만 명이었다. 건강보험이 없어 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민자가 2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실업률이 대공황 수준인 25%까지 치솟을 경우 무보험 이민자 수는 1,080만 명까지 늘어난다. MPI는 이 가운데 체류ㆍ소득 자격 요건이 맞지 않아 연방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에서 제외된 저소득층 이민자 수도 코로나19 이전 260만 명에서 최고 370만 명으로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자들이 보험이 없어 코로나19 검사·치료를 받지 못하면 공중보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구성원 일부라도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감염병 종식은 그만큼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MPI는 “연방정부가 대규모 코로나19 검사·치료 예산을 마련했으나 비시민권 이민자까지 아우르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이민자들을 포함한 건강보험 미가입자수가 증가해왔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이 없는 무보험자들이 2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센서스국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무보험자는 약 2,750만 명을 기록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 2,560만 명보다 190만명 가량 증가했다. 미국내 무보험자 수는 불경기가 끝나가던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늘어났다가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 선 것이다.
당시 19세 미만 인구의 무보험자 비율을 인종별로 보면 히스패닉계가 2017년 7.7%에서 2018년 8.7%로 늘은 것을 비롯 흑인 4.5%에서 4.6%, 백인 3.7%에서 4.2%, 아시안 3.6%에서 4.1% 등으로 모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저소득층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수혜자도 0.7% 포인트나 줄어든 전체의 17.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케어 시행 이후 사상 최저치로 줄어들었던 미국민 무보험자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폐지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갖가지 정부 보조를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적부조 수혜자 이민 제한 정책 시행 천명 등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으로 메디캘과 오바마케어 등 가입을 꺼리는 이민자들이 늘어난 것 등이 무보험자 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오바마케어 관련 전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조항에 폐지된것도 무보험자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일부 정부 보조금을 중단해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 프로그램에서 월 보험료를 대폭 올라가게 만들거나 본인 부담금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오바마 케어를 무력화시켰다. 이 같은 조치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정부의 마켓 플레이스에서 건강보험을 구입하던 미국민들 중에 상당수가 정부보조 혜택은 줄고 본인 부담은 급등한 건강보험 구입을 포기하고 있는 추세로 분석된다.